(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시중은행들이 반복되는 단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특히 RPA 적용 범위 확대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인력과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최근 하나금융그룹 13개 계열사의 공동 RPA 솔루션 선정을 위한 공고를 냈다.

RPA는 사람이 수행하는 단순 반복 업무를 모방해 정해진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별도 프로그램 설계 없이 사람이 PC 상에서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 적용도 간편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기업여신 업무에 인공지능(AI) 기반 RPA를 도입했다. 그룹 공동 솔루션이 구축되면 RPA 적용 업무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룹사마다 솔루션을 도입하게 되면 인적·물적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요인을 제거하고 그룹사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동 솔루션을 선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기업여신 자동심사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달 말까지 관련 업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았다.

기업여신 자동심사 시스템에는 RPA 모델이 적용된다. 이를 구현하면 직원 대신 AI가 신용등급과 재무자료, 비재무정보 등을 토대로 대출 가능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미 RPA를 도입하고, 적용 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여신업무에 처음 RPA를 도입한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내에 펀드, 외환, 퇴직연금, 파생상품 등 은행 업무 전 영역으로 RPA 기술을 확대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작년 12월 기업여신, 중개업소 조사가격 적정성 점검 등 4개 분야에 우선 도입한 RPA의 적용 범위를 8개 분야로 넓혔다.

주요 은행들이 앞다퉈 RPA 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디지털 뱅크 전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은행권에는 비대면 채널 확대 등 금융서비스의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프로세스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이 무산되더라도 내년 7월부터는 근무시간 단축을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만큼 은행들이 RPA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RPA 시스템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 단순 업무에 투입된 우수 인력을 다른 업무 영역으로 재배치하는 게 가능해진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앞서 인력과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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