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하나금융지주가 앞으로 KEB하나은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은행 임원추천위원회에 행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기로 했다.

금융지주 중 행장 최종 선택권을 은행에 넘겨주는 것은 하나금융지주가 처음이다.

현직 회장이 포함된 지주 임추위의 권한을 사실상 은행 임추위로 넘기는 시도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그룹 임추위로부터 복수의 은행장 후보자를 받아 심의한 뒤 최종 후보자를 주주총회에 추천하도록 했다.

그간 은행장을 결정하는 은행의 임추위는 요식행위로 여겨져 왔다. 사실상 모회사인 금융지주가 '내정'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가 최종 선택한 행장 후보자를 은행 임추위에 올려 이사회 승인을 받는다.

KB금융지주도 상시 지배구조위원회가 추천한 행장 후보자를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선택한다.

이에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비롯해 위성호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모두 은행 임추위에는 단독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금융지주 핵심 자회사의 최고경영자 선출 과정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했다는 게 KEB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그간 금융회사 경영자 선출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하고 현직 경영자 등 특정인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개입됐다고 지적한 것을 반영한 조치란 얘기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 임추위가 복수의 후보군을 추천받는 만큼 이들의 자질과 역량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추가적인 프로세스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제도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자칫 일부 후보군에 대한 '들러리' 논란도 나올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후보군을 복수로 추천하는 만큼 은행 임추위의 독립성과 절차적으로 공정한 평가 시스템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형식만 늘려 행정적인 피로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투명성을 강화해 밀실 인사를 없애는 데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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