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수입자동차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나, 정작 고객들의 불만은 높아만 지고 있다. 판매에 준한 고객서비스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3일 관련업계와 각 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수입차 총 누적 등록대수는 204만3천470대로 지난해 6월 말 대비 15.2% 증가했다.

올해 들어 6월까지만 보더라도 수입차 등록대수는 14만10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6%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수입차의 점유율도 전년대비 2.4%포인트(p) 높은 15.6%를 기록했다.

수입차 판매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매출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업계가 거둔 매출은 0.3% 증가율에 그친 데 반해 수입차업계 매출은 전년 대비 5.3% 늘어나 12조2천766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시장에서 수입차 정상에 오른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국내에서 총 6만9천여대를 팔며 수입차업계 최초 4조원대 매출(4조2천664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대비로 12.6% 증가한 수준이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3조6천337억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17.4%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BMW가 거둬들인 매출은 르노삼성자동차가 달성한 매출 2조9천716억원이나 쌍용자동차의 2조7천322억원, 한국GM의 2조7천145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또 도요타코리아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각각 1조491억원(전년비 22.5%↑)과 1조177억원(10.6%↑)으로 연 매출 1조원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수입차업계의 서비스나 보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국내시장에서의 빠른 성장세에 비해 서비스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산차의 경우 서비스센터 1곳당 100여대의 차량을 수용하는 반면 수입차는 서비스센터 1곳이 4천~5천여대의 자동차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 번 입고되면 길게는 2~3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벤츠와 제너럴모터스(GM) 수입차는 '죽음의 에어백'으로 불리는 다카타 에어백이 장착된 차종에 대해 시정계획서를 제출했지만,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리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불거진 BMW의 화재사태는 수입차에 대한 고객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BMW는 지난 1월부터 이날까지 29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BMW는 지난달 자발적 리콜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결함을 BMW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16년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2년간 국내에서 판매 중지된 폭스바겐은 올 1월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슬그머니 판매를 재개했다. 수입차업체가 한국에서는 자동차를 팔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수입차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에도 금이 갔다. 비싼 돈을 들여 수입차를 사는 게 국산차에 비해 안전하다는 이유 때문인데, 최근의 사태를 보면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주장이다.

수입차의 한 차주는 "무엇보다 수입차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안전성인데 벤츠에 이어 BMW까지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하면 불안해서 탈 수가 없다. 지금도 차에 이상이 생겨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더니 예약이 일주일 이상 밀려있다고 한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급기야 국토교통부가 BMW 리콜대상 차종에 대해 운행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디젤 게이트가 확산됐을 때도 일시적인 영향만 있었지 수입차업계 전체엔 큰 영향이 없었다. 이번 BMW 사태 또한 빠른 보상이 이뤄진다면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국산차 하면 현대·기아차'라는 인식이 작용하는 점도 수입차 수요를 키웠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를 포함해 향후 고객서비스에 대해 수입차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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