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터키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는 가운데 단기물 국채의 만기까지 임박하면서 터키 정부가 해외 투자자만 바라보게 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터키는 신흥시장 국가 중 외화 표시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이 가운데 상당분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리라화 가치가 역대 최저인 상황에서 당장 내년에 채권을 상환하려면 터키 정부는 돈을 빌릴 때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터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부채 비중은 53%에 이르는데 이 중 3분의 1가량이 앞으로 1년 안에 만기를 맞는다.

터키의 대외부채 중 40%는 변동금리로 발행된 점도 골칫거리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는 터키가 해외채권을 발행했을 당시보다 전반적으로 올라있는 상태다.

반면 달러화에 대한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25% 하락했고 향후 전망도 상당히 비관적이다. 미국 정부가 터키에 대해 경제 제재를 부과한 만큼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WSJ은 "터키는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가 확장됐지만, 이는 정부가 부분적으로 보증하는 신용에 힘입은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신용보증펀드(CGF)라고 이름의 이 프로그램 지난해 전년 대비 10배 커지며 터키 GDP의 7%를 차지했다.

결국, 터키 정부가 보증하는 빚으로 경제가 단기간에 급속히 성장했는데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터키의 금융체계가 흔들리게 된 셈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CGF의 채권은 터키 현지 은행을 통해 거래됐고 이제는 부실채권이 됐다"며 "터키의 6대 대형은행은 지난 1분기 부실채권 발생 비율이 1년 사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의 빅토르 자보 선임 투자 매니저는 해당 채권들이 롤오버에 실패하면 터키 중앙은행은 부족한 상환금을 메우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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