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위원회 경과보고서를 일사천리로 채택했다.

이날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정책검증을 중심으로 무난하게 진행됐다.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 전부터 30여 년간 공직에 몸담아 온 최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언급하며 정책검증 중심의 청문회가 될 것을 시사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최 후보자는 차분히 대답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취임 후 가계부채 관리와 기업 구조조정,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 등에 집중됐다.

◇가계부채는 '속도'ㆍ기업 구조조정은 '일관성'

가계부채의 원인과 해법을 묻는 말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관리하는 것을 급선무로 꼽았다.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질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에서 더 나아가 사회복지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생계형 자영업자 등 기타 대출의 주된 구성원에 대해 심층 분석해 관련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총량관리만으로 가계부채의 절대적인 규모를 줄일 수 없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가계부채 규모를 절대적으로 15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등 절대적인 규모를 줄여나간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속도 관리를 위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해 은행의 자체 차주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지역의 부동산 규제 비율을 강화한 6·19 대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는 가계부채 대책이 아닌 일부 부동산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며 "대책의 효과를 평가하기 이르다"고 진단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조선, 해운업과 함께 취약업종으로 손꼽힌 석유화학과 철강업종에 대한 선제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 후보자는 "석유화학·철강 분야는 최근 경기회복 추세지만 더 잘 지켜봐야 한다"며 "기업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시행할 수 있도록 채권단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가동 재개를 위한 대책 역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선박 신조(新造) 지원 프로그램의 영향을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가 우려되고 있는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해선 채권단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호남지역의 우려를 이해하지만, 채권단이 어떻게 하는지 일단 지켜봐야 한다"며 "고용 유지 협약이 상당히 실효성 있게 돼 있는 만큼 어느 정보 보장 장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적극'…금소원 설립은 '신중'

인터넷전문은행을 둘러싼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선 "금산분리와 은산분리는 금융의 기본으로 확고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러한 취지를 저해할 우려가 적다"며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만큼 예외가 인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재무건전성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 우리은행을 케이뱅크 대주주로 인정해 특혜를 베풀었다고 지적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금융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결론을 내 특혜를 주진 않았을 것"이라며 "다시 살펴보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조치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대응했다.

다만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해야 하지만 별도의 기구 설치는 정부 부처 개편 과정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즉답을 피했다. 기존 금융당국 조직에서 분리할 경우 기구 설립을 위한 재원 조달이나 검사권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금융위가 수장인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의 임기 3년을 지켜내지 못해 합의제 기구로서의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현실적인 제약을 언급했다.

그는 "임기제의 취지가 있을 텐데 정부 부처의 공석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되도록 상임위원이라도 임기를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나쁜 짓 한 적 없다"…금감원 채용비리는 사과

최근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언급한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한다'는 발언에 대해선 "금융위 직원들이 하는 일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었겠지만 나쁜 짓으로 평가받을만한 일은 없었다"며 "시장 규율과 관련한 업무를 해야 하는 두 위원회가 잘해보자는 뜻으로 한 발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재직 시절 발생한 변호사 채용비리 사태에 대해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재차 사과했다.

그는 "당시 변호사뿐만 아니라 IT와 금융 관련 전문 경력직을 채용하는 계획에 대해 전결한 기억이 있다"며 "어찌 됐건 제 소관 업무였고 제 책임이 없을 수 없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 밖에 낙하산 인사가 국내 금융의 경쟁력을 저하한다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적격 인사를 약속했다.

대부업체의 대출 이자를 20% 아래로 낮추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묻는 질의엔 "영세 차주의 부담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단계적으로 20% 중반까지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최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상통화에 대해서도 불법 거래나 소비자 악용 사례가 없도록 심도 있는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현행 보험업법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회 논의 과정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그는 "이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된 것으로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체적인 보험 가입자의 신뢰 문제 등을 더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 제출 불성실…"성의 없다" 지적도

이날 최 후보자가 본인을 제외한 배우자와 자녀들의 재산 등의 자료를 일괄 제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청문회 초반 30분가량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최 후보자는 2009년 산 잠실 아파트와 관련해 재산 목록을 기재하는 데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관보에 수정 게재했으며 공직자 재산윤리위원회를 통해 꼼꼼히 심사받았다고 해명했다.

가족의 자료 제출에 동의하지 않은 데 대해선 성적증명서와 생활기록부 등 지극히 사적인 부분도 있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자녀들에게 동의를 구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최 후보자가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소원 설치나 서민금융 지원 확대, 기업 구조조정 등의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정책을 답변할 때 취임 전이라 그런지 지나치게 신중하다"며 "후보자 한마디가 중요하니 분명한 소신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진복 정무위원장도 "서면 자료나 구두 질의는 후보자의 정책검증을 위해 필요한 자료인데 성의가 없다"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단시간 내 많은 건을 요구받다 보니 검수가 부족했단 불찰"이라며 "의원들 통해 새 정부에 기대하는 바를 들었으니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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