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우리은행이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 급락에 대비해 올해 희망퇴직을 생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시행할 경우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고, 지주사 전환 후 가뜩이나 낮아지는 BIS 비율이 더욱 낮아지기 때문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희망퇴직을 시행하기 어려워졌다고 보고 시행하지 않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은행이 희망퇴직을 단행하지 않는 방안을 살펴보는 것은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인가를 심사하면서 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자회사 자산에도 표준등급법을 적용하기로 한 영향이다.

우리은행이 내년 초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자회사 자산에 표준등급법을 적용할 경우 지난 3월 말 기준 15.09%였던 BIS비율은 10% 내외로 급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은행은 BIS비율 급락에 대비해 지난 7월 이사회를 열어 국내 무기명식 무보증 무담보 신종자본증권을 원화로 4천억 원, 달러로 3억달러(약 3천362억원)을 발행하기로 결정하는 등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년 초 지주사 전환 후 BIS 비율이 급락하기 때문에 수천억 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희망퇴직을 시행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며 "현재 계획된 희망퇴직안이 전혀 없고 일러야 올해 말이나 논의를 시작해 내년 초께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7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지 않는 직원(1963년 이후 출생자)에게 특별 퇴직금으로 36개월 치를, 임금피크제에 진입한 직원은 최대 30개월 치를 지급하겠다는 파격 조건을 걸고 지원을 받아 대상자 1천여 명을 8월 확정했다.

같은 해 9월 이들이 퇴사하면서 우리은행은 1963년 이전 출생자 절반가량을 줄였다.

이를 반영한 전체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41세에서 39세로 낮아졌다.

우리은행은 이 과정에서 약 3천억 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우리은행은 그러나 금융당국의 독려에 따라 대규모 신입 채용에 나설 계획이라 희망퇴직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비용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계열사를 포함해 올해 상반기 총 330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 총 668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올해 총 1천18명을 채용하는 것으로 지난해 827명 대비 23% 증가한 규모다.

금융당국은 신입 채용에 따른 비용을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감당하라는 해법을 내놓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 눈치 안 줄 테니 희망퇴직과 퇴직금 올려주는 것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할 것"이라며 "퇴직금을 많이 줘서 희망퇴직하면 10명 퇴직 때 7명 젊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신입 행원을 대규모로 채용하면서 지주사 전환에 따른 자금 압박으로 희망퇴직은 시행하지 않을 경우 신입 행원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희망퇴직 미시행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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