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에 대한 시각을 조금 더 부정적으로 바꿨다.

KDI는 7일 발표한 '경제동향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내수 증가세가 약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경기개선 추세를 제약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KDI는 지난달에는 넉 달 만에 '완만한 성장세'라는 문구를 빼고 경기개선 추세 '유지'라는 말을 '완만'이라는 용어로 대체했다.

하지만 이번 달에는 '비교적 견실하다'는 평가를 했던 수출에 대해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했고, 경기개선 추세에 대해서는 '완만'이라는 말을 '제약'으로 변경했다.

소비와 내수, 투자와 생산, 고용 등 수출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표가 나빠지고 있어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KDI는 "투자가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소비 개선 추세도 완만해지는 등 내수가 다소 약화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계류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빠르게 감소했고, 건설투자도 전반적인 둔화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소매판매 증가율이 낮아지고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하는 등 민간소비의 개선 추세도 완만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이와 같은 수요 측면의 상황을 반영해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한 생산 측면의 경기개선 추세는 더욱 완만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의 이러한 진단은 실제 각종 경기지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6월 전산업생산은 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월의 1.6%보다 증가 폭이 대폭 축소했다.

반도체생산이 24.9%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자동차(-8.2%)와 기계장비(-7.8%) 등이 부진해 광공업생산은 0.4% 감소했다.

KDI는 "생산 측면의 개선 추세가 미약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의 99.6보다 하락한 99.4를 기록해 여전히 기준치를 밑돌았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기준치(100)까지 하락했다.

내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소비는 나쁜 상태가 이어졌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의 105.5포인트(p)에서 큰 폭으로 하락한 101.0p를 나타내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갔다.

6월 소매판매액지수도 전월의 4.5%보다 소폭 낮아져 4.0%의 증가율을 보였다.

서비스업생산지수는 1.7%의 증가율을 기록, 전월의 2.3%보다 증가 폭이 축소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를 중심으로 빠르게 감소했고, 관련 선행지표들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6월 설비투자지수 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13.8%를 기록했다. 지난달 -3.7%의 감소세로 돌아선 지 한 달 만에 감소 폭이 더욱 확대됐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과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의 감소 폭은 확대됐고, 7월 기계류 수입액도 전월의 -11.5%에 이어 두 자릿수의 감소(-10.6%)를 지속했다.

이에 대해 KDI는 "기계류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 감소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건설투자는 여전히 바닥 상태다. 건설기성 감소 폭이 확대되고 관련 선행지표의 흐름도 부진했다.

6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부문과 토목부문 모두 감소 폭이 확대돼 전월(-3.3%)에 이어 7.7% 감소했다.

건설수주(경상)도 -18.3%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감소세가 이어졌다.

KDI는 "선행지표인 주택인허가도 전국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향후 건설경기는 주택부문을 중심으로 건설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나마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7월 수출은 6.2% 증가했다. 반도체(31.6%)와 석유제품(45.2%), 철강제품(34.0%)이 수출증가를 견인했다.

6월 수출물량지수는 8.3% 증가하면서 전월의 13.4%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KDI는 다만, 5월 세계교역량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행지수도 기준치를 소폭 하회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등 하방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선, 제조업 고용부진이 지속하면서 일부 서비스업에서의 취업자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 취업자 수 증가는 여전히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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