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코스피지수 2,300선 탈환을 견인했지만, 연기금은 꾸준한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연기금의 코스피 매도는 전략적자산배분 관점에서 이미 주식 투자 비중이 충분히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전일까지 5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3천276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러한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지난달 31일 2,295.26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2,300.16으로 상승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는 최근 1~2주간에 걸쳐 아시아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에 저가 인식에 기댄 매수세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연기금은 그러나 이달에 거래소에서 2천469억 원을 순매도했다. 8월 들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내다 판 결과다.

길게 보면 7월 이후 연기금발 코스피 매도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7월에 거래일이 총 22일 있었는데 이 중 4거래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연기금이 거래소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액은 8천130억 원을 웃돈다.

이처럼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계속해서 매도하는 배경에는 포트폴리오에 주식을 충분히 담고 있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관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겠지만 크게 볼 때 작년에 주가가 많이 오른 영향으로 연기금들이 자산배분비율상 적정 수준 이상으로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연기금들이 올해 추가로 주식을 매수하기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매도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중장기 기업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은 점도 연기금이 코스피 매도에 나서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기금 CIO는 "이머징마켓 투자 리서치 자료를 보면 아시아 국가 중 한국만 1년 후 어닝 메리트가 떨어지는 국가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실적 전망이 개선돼야 저가 메리트가 부각되는데, 이런 점에서 국내 주식이 가진 투자 메리트가 크지 않다"며 "이 때문에 연기금이 한국을 이머징마켓으로 한데 묶어 접근하는 외국인과 차별화된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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