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저축은행중앙회가 2016년 행정고시 출신 금융위원회 사무관(5급)의 여직원 성폭행 사건에 연루된 직원을 올해 초 면직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면직 처리된 직원은 단지 가해자와 피해자를 소개해줬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올 초 인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직원 A 과장을 '품위 손상' 사유로 면직했다. 금융위 사무관 B씨가 A 씨의 부하 직원인 저축은행중앙회 여직원 C 씨를 성폭행한 혐의가 불거진 지 1년 반여 만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A씨가 이번 사건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동석자로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인사부 관계자는 "B 씨와 C씨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이 되면서 A 씨 거취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으나 법원 최종 판결 후 조치하게 됨에 따라 다소 늦어졌다"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조직 이미지 실추, 분위기 와해 등을 이유로 최종 면직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2016년 4월 당시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실에 근무했던 B 씨와 만나는 자리에 부하 여직원 C 씨를 데리고 나갔다. B 씨는 함께 술을 마신 뒤 A씨가 먼저 자리를 뜨자 만취한 C 씨와 B 씨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C 씨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고, 센터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B 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등 9명의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도 "업무상 관계가 아닌 개인적 만남이었다. 둘은 연인 사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둘은 사건 당일 처음 만난 사이였음이 밝혀졌고, 오히려 금융위가 사건을 은폐하고 감독 권한을 가진 피감기관에 갑(甲)질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져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결국, 법정 다툼 끝에 서울고법은 지난해 1월 B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A씨가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만취한 여직원을 보호조치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면직 사유가 된다고 봤다. 이미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술에 취해있다는 걸 알면서 혼자 남겨두고 자리를 떠났기 때문에 이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고 본 것이다.

또 C 씨와 함께 일할 수 없을 사이가 된 상황에서 조직에 함께 남겨두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 A 씨에 대한 징계 수준을 높여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C 씨를 억지로 자리에 데리고 나가 B 씨를 소개해준 것도 아니며 당시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 본인이 먼저 자리를 뜨는 것이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C 씨에게 술을 강요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A 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저축은행중앙회의 해고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A 씨는 중노위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행정소송 판결은 11월 초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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