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은행권이 하반기 들어 발 빠르게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며 향후 시장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더 큰 데다, 지주사 전환과 인수합병(M&A) 등을 이유로 자본 여력을 여유 있게 가져가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신한금융지주는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미화 5억 달러(약 5천500억 원) 규모의 외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이달 말에는 국내 시장에서 3천억 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도 추진한다.

이달에만 약 9천억 원에 달하는 자본확충에 나서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에만 7천300억 원 수준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원화 4천억 원, 미화 3억 달러(약 3천362억 원) 이었다.

금융권은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자본확충을 두고 M&A 추진 가능성을 크게 점치고 있다.

신한금융은 연초 ING생명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언급됐다.

현재 인수를 위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다.

내년을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우리은행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 증권사 등 다방면의 계열사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에 금리가 더 오르기 전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만기가 도래한 채권 상환 목적의 국내외 채권 발행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 5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 약 450억 원을 조달했다.

지난달 말에는 5천만 달러(약 560억 원) 3년물 달러채와 1억 호주달러(약 831억 원) 규모의 캥거루 본드도 발행했다.

KEB하나은행은 이달 초 2년 6개월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과 5년 만기 딤섬본드를 발행해 총 약 920억 원을 조달했다.

지난달 말에는 홍콩 달러채 7억1천만 홍콩달러(약 1천16억 원)를 발행했고, 앞서 3년 만기 딤섬본드로 약 500억 원을 조달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천500만 유로(약 327억 원) 규모의 1년 만기 유로화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 6월에는 5천만 달러(약 560억 원) 규모의 달러채를 2년 만기로 선보였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말 해외 시장에서 5억 달러(약 5천500억 원) 규모의 소셜 본드를 발행하며 눈길을 끌었다.

소셜 본드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목적으로 투자금을 마련하는 채권으로 기업은행은 이를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농협은행도 지난달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해 약 5천683억 원을 조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시장 금리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은 만큼 조달 비용을 낮춰 선제로 여유 자본을 가져가야 한다는 게 모두의 생각일 것"이라며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오는 10월까지는 국내외 시장에서 자본을 확충하려는 움직임이 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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