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SK건설 회사채를 매도하려는 대기자들이 적지 않은 모양새다. 회사채를 내놔도 팔리지 않아 소위 '물린' 투자자들이 추가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 팔린 회사채의 유통금리는 이전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사실상 신용등급 강등에 맞먹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8일 연합인포맥스의 발행사별 채권 시가평가(화면번호 4763)에 따르면 3년 만기 SK건설 채권의 민간신용평가사 3사 평균금리는 전일 3.933%를 기록했다. 라오스 댐사고가 처음 보도된 지난달 24일보다 5.4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건설과 같은 신용등급인 'A-' 회사채 평균금리는 3.3bp 하락했다.

SK건설 채권이 같은 등급 대비 부진하긴 했지만, 금리 상승 폭이 크지 않아 표면적으로는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거래되는 유통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더욱이 증권사끼리 채권을 주고받는 직매거래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포착됐다. 개인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라오스 댐사고 이후 SK건설 회사채의 직매는 총 3건이 이뤄졌다. 모두 지난해 9월에 발행한 'SK건설 154'가 대상인데 총 100억원이 거래되면서 모두 거래 평균금리가 민평금리 대비 100bp를 넘었다.

실제 평가되는 3% 중반대 금리의 회사채가 4% 중후반대에서 매매된 것이다.

지난 6일에는 'SK건설 157' 채권이 민평금리보다 159.2bp 웃돌아 거래됐다. 전일 거래된 'SK건설 154'도 90bp를 손해 보며 팔아야 했다.

사실상 신용등급 강등 수준으로 평가받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6일 'SK건설의 라오스 수력발전소 공사사고 관련 코멘트' 보고서에서 "현지 프로젝트의 수력발전 댐 건설주체인 SK건설은 이번 사고의 원인, 귀책사유, 전개 양상 등에 따라 사고와 관련해 배상이나 공사준공 및 전력생산 지연 등으로 회계상 손실 및 자금지출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신평은 "사고의 원인 및 진행양상, SK건설의 귀책 여부와 책임 범위 등에 따른 영업 및 재무영향을 검토해 향후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SK건설 채권은 내놔도 안 팔리는 상태다"며 "만기가 3개월이 남지 않는 물건도 담지 않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근 SK건설이 발행에서 상당한 수요가 몰렸는데 당분간은 차환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관계자는 "SK건설의 신용등급이 우량하지 않아 연기금 등이 소유하지 않은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이라며 "이들이 회사채 매도에 동참하거나 문제를 제기했으면 사태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SK건설 회사채의 발행 총액이 많지 않아 다행이지만, 일부 펀드들은 수익률에 직접 영향을 주기 전까지는 평가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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