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 전문은행 성장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직접 촉구하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자본확충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사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익이 모두 작은 데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금융 분야에서는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낮은 수익성에 따라 증자만 반복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직접 촉구함에 따라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야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은행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터넷 전문은행의 수익성 강화가 시급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금리를 제시하며 고객을 유치한다.

이에 따라 예대마진 또한 작은 수준이다.

수수료 또한 대부분의 거래에서 면제하고 있는 데다 금융자동화기기(ATM) 수수료를 없애면서 수수료 수익보다 비용이 오히려 더 높은 상태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은 수익성이 이미 낮은 상태거나 점점 낮아지는 상태에서 자산 규모만 늘릴 확률이 높다"며 "이에 따라 자본비율이 하락하고 증자가 연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은 아직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출범한 후 지난 1년간 대부분 가입했다"고 말했다.

연 연구원은 "은산분리 완화가 추가적인 이용자를 끌어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실제로 카카오뱅크 가입자 수나 여수신 잔고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빅데이터와 고유 플랫폼을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나 전자상거래(EC)사, 통신사, 유통사 등이 새롭게 진출해 차별화된 채널이나 특화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또 기존 은행에 적용하는 금융감독당국의 각종 규제를 인터넷 전문은행에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ICT 업체나 EC사, 통신사, 유통사 등 신규 진입자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금융사와 비금융사간 제휴 사례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갑 연구원은 "성공적인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평가받는 라쿠텐 은행의 경우 라쿠텐 인수 전까지는 적자 상태였으나 인수 후 라쿠텐 쇼핑몰의 고객을 기반으로 빠르게 흑자로 전환했다"며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도 이같은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처럼 시중은행에 대비한 가격 경쟁력만을 강조할 경우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편리한 기능을 강조하기에는 시중은행의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도 충분한 편리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이 하지 못한 혁신적인 사업을 하려면 금융감독당국이 각종 규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시중은행에 적용되는 규제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감독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를 어디까지,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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