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120원 선을 중심으로 레인지 흐름에 들어갔다는 진단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핵심 재료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하단을 지지하고 있는 가운데, 특별한 추가 이슈도 나오지 않아 위아래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폭염을 피하려 많은 시장참가자가 휴가를 간 영향일 뿐, 휴가철이 지나면 레인지를 곧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이후 약 한 달째 달러-원은 1,115∼1,135원의 좁은 20원 범위에 머물고 있다.

장중 일시적으로 1,113원과 1,138원대를 터치한 적은 있지만, 종가로는 1,115원과 1,135원이 지지선 내지 저항선으로 기능했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많이 움직였어도 서울 시장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수급이 이어지면서 박스권을 이탈하지 않았다.

4월 초를 제외하면, 2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사실상 4개월이나 이어진 1,065∼1,085원 20원 레인지 흐름이 재현될까 봐 우려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A 시중은행 딜러는 "수 개월간 지속한 1,070원 중심의 레인지가 1,120원으로 넘어온 느낌이 든다"며 "업체들도 마찬가지고, 레인지 대응을 하다 보니 박스권이 공고해지는 악순환이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하면 장중에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일단 1,100원 아래로 밀릴 여건은 아니라고 본다"고 판단했다.

B 외국계 은행 딜러는 "무역분쟁 이슈 다음 재료가 없다"며 "최근 상하이 종합지수가 급등해서 아래쪽으로 보려 했지만,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로 갇혀있다"고 진단했다.

이 딜러는 "재료가 없으면 차트를 보게 되는데, 차트는 아래를 가리키고 있다"며 "미국이나 브라질 주식시장은 좋은데, 다음에 코스피가 이런 분위기를 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장중에 호가가 촘촘하지 않으니까 수급에 의해 갑자기 오르고 내린다"며 "이런 부분까지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결국 무역분쟁 이슈에 따른 달러-위안 환율이 열쇠"라며 "7위안을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6.7 또는 6.8위안 밑으로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언제든지 박스권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D 외국계 은행의 외환 딜러는 "8월 휴가철에는 잠잠해 보이다가, 갑자기 소용돌이치는 경우가 있었다"며 "광복절 근처에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 딜러는 "원화 강세 호재보다는 돌발 악재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아래는 5원 정도 밀릴 수 있지만, 위는 룸이 더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발언에 영향이 있으니, 하루 거래에 만족하고 다음 날로 넘기는 포지션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E 외국계 딜러는 "폭염이 지속해서 인지, 올해 여름 휴가철은 독특하게도 레인지가 득세하고 있다"며 "휴가를 떠나 딜러들이 돌아오는 8월 말이면 레인지를 벗어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 딜러는 "무역전쟁 우려를 비롯해 우리 경제 펀더멘털도 좋지 않다"며 "9월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와 맞물려, 위로 크게 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주식을 조금 산다고 분위기가 돌려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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