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더 부유해지는 걸 피하려면 매일 2천800만달러를 써야할 필요가 있다'(Amazon's Jeff Bezos would need to spend $28 million a day to avoid getting richer)

지난주 가장 많이 읽힌 금융기사 제목이다.

"아마존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의 최대주주다. 그는 8천만주 이상의 아마존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율로 따지면 16%가 조금 넘는다.

아마존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54% 올랐고, 지난 12개월 동안은 80% 이상 상승했다.

지난 7월17일 세계 억만장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조스의 주식 가치는 올해 들어 500억달러 이상 늘어나 1천500억달러를 넘어섰다. 현대 역사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1999년 닷컴버블 때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의 주식 가치가 1천억달러를 넘은 적이 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현재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1천490억달러 정도다.

포브스가 부자 순위를 발표한 1982년 이후 베조스보다 더 부자였던 이는 없다.

현재 54세로, 재산이 1천500억달러가 넘는 베조스는 더이상 재산이 축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하루에 2천800만달러 가량을 써야한다. 와우"

늘어나는 재산이 싫어서 원화로 312억원에 달하는 돈을 매일 써야한다는 부분에 눈길이 갔나 보다. 와우라고 한 걸 보니.

이 기사는 사실 미국의 시사 월간지인 더 아틀란틱을 인용한 것이다.

더 아틀란틱은 베조스의 부를 조명하면서 긴 글에 하루 2천800만달러를 어떤 배경 설명도 없이 한 줄 넣었을 뿐이다. 가만히 있어도 매일 붙는 이자만 어마어마하다는, 그의 재산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더 아틀란틱스는 베조스의 재산보다는 그 재산을 축적하기까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원래 제목 역시 '제프 베조스의 1천500억달러 재산은 정책 실패다'(Jeff Bezos’s $150 Billion Fortune Is a Policy Failure)

그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아마존 직원들의 절반은 연봉으로 2만8천446달러 미만을 받는다. 일부 근로자는 6분으로 정해진 화장실 휴식 시간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아마존은 직원 화장실 사용을 추적하거나 제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창고 근로자들은 1천개까지 물건을 취급하고 근무당 15마일을 걷는다. 내부고발자들을 회사는 보복한다.

최근 애플 시가총액이 미국 상장회사 최초로 1조 달러를 돌파하는 등 나스닥 회사들이 각종 기록을 깨자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고공 행진하는 나스닥 회사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아마존은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실리콘밸리로 통칭하는 꿈의 기업 IT기업들 범주에 속한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더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여론이 생겨나고 있다.

공짜 구내식당 때문에 직원들이 식사 시간에도 회사에 머물러 지역 식당 애용을 방해하니 회사들이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할 때 직원들에게 공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지역 사회 내 제안이다. 이를 제안한 시의원 2명은 공짜 식사에는 세금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트위터, 우버, 스퀘어 등 샌프란시스코의 40개 정도의 회사가 사내 식당에서 식사를 공짜로 준다.

샌프란시스코의 공짜 삼시 세끼는 과거 직원들에게 최고의 매력으로 꼽혔다. 직원 복지로 알려졌지만, 외부 식당을 이용할 때 오가는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트위터는 외부에 구내식당을 개방하기도 하고 스퀘어는 한 달에 2번, 금요일에 구내식당을 닫는다.

알파벳의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에서는 아예 공짜 구내식당을 금지했다.

자본주의에서는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부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금융시스템에서는 더욱 그렇다.

화장실과 공짜 점심. 극도의 생산성, 효율성을 강조하며 단기간에 커온 나스닥 기업을 보여주는 단면일지 모른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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