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금융감독원이 이번엔 은행권의 과열된 주가연계신탁(ELT) 판매 과정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은행권이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이자이익보다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비이자이익 늘리기에 골몰하면서 ELT를 주축으로 한 신탁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중 은행의 신탁상품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다.

특히 최근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ELT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꼼꼼히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ELT 시장 자체가 위험하다고 인식하기보단 최근 민원이 급증하고 있어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라며 "증권이나 보험사와 동일한 잣대로 은행의 신탁상품을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LT는 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을 은행 신탁계정에 편입한 상품이다.

원금이 모두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임에도 은행들은 영업점을 통해 예금이자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KB국민ㆍ신한ㆍKEB하나ㆍ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판매한 ELT 규모는 약 50조 원이다.

지난해 판매된 전체 ELS 규모가 81조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약 62%가 은행 신탁영업을 통해 소화된 셈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도 10조 원 안팎의 ELT를 팔았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6조 원 수준의 ELT를 판매했다.

덕분에 올해 4대 시중은행의 신탁 수수료는 평균 30% 가까이 급성장했다.

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신탁 수수료는 1천9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나 급증했다.

지난해 연간 신탁 수수료는 3천억 원 정도. 하반기에도 비슷한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4천억 원 규모의 누적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도 올해 상반기 1천112억 원의 신탁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작년 상반기보다 33% 늘어난 규모다.

980억 원을 신탁 수수료로 번 우리은행도 작년보다 35%나 성장했다.

통상 은행의 신탁 수수료에서 ELT가 차지하는 비중은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30~50% 정도다. 은행이 ELT 상품에 목을 매는 이유다.

은행권에선 금감원의 칼끝이 ELT를 향한 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사상 최대 이익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은행을 향해 '돈 벌면 매 맞는' 인식이 지나치다는 생각에서다.

신탁영업이 중요해지면 은행들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자체 연수 프로그램과 소비자 보호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올해 1월부터는 모든 ELT 판매 과정을 녹취하고 있고 자체적인 판매 프로세스 점검도 매달 진행 중이다.

상품 운용의 안정성과 수익률 제고를 위해 ELT 상품 구성도 다변화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환 안정성, 수익률 제고를 위해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며 "단순히 수수료 이익을 위해 상품을 많이 팔았다기보단 수신 금리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고객의 니즈가 ELT 같은 상품군으로 옮겨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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