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하락 영향, 연간 환산하면 상당히 작을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가 물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한국은행의 8월 금리 인상 전망에도 먹구름이 깔렸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9일 미·중 무역갈등 심화와 국내 고용지표 부진 등 대내외 여건이 기준금리 인상에 비우호적이라며 물가도 하방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융안정만을 이유로 인상에 나서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올해 7~8월에 걸쳐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겠다고 전했다.

일부 증권사는 정부의 누진제 완화가 8월 소비자물가를 0.3~0.4%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시장은 미·중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다가 결국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주목할 것이다"며 "고용지표가 계속 안 좋을지, 전기요금 인하에 물가도 안 좋게 나올지가 중요한데 전기세가 낮아지면 물가에도 하방압력이 있어 8월 인상은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꼭 물가가 아니라도 8월에 금리를 인상할 논리는 별로 없다"며 "고용지표가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나오면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는데, 금융안정만을 이유로 금리를 올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한은이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물가가 목표 수준에 도달했다고 언급한 만큼, 시장참가자들도 섣불리 8월 인상 가능성을 닫아두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는 "한은은 관리물가를 빼고 보면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를 넘는다고 말한 적 있다"며 "전기료 인하도 관리물가 하락에 영향을 주는 만큼 한은의 금리 인상 의지를 꺾을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구체적 수치를 밝히기 꺼리면서도 8월 소비자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연간이나 하반기 전체로 환산할 경우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의 물가하락 영향이 상당히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 2015년과 2016년에도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적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했다"며 "한은 자체 추정으로 2016년 당시에는 8월 한 달 동안 0.4%포인트 정도 물가를 하락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가구 수 등 가중치 산출 기준에 따라 0.4%포인트까지는 하락하지 않을 것 같고 그보다 작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일시적인 요인이라 하반기나 연간 전체로 볼 때 영향은 크지 않은데, 올여름 폭염이 물가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그 영향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ssk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