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신흥국이 외환시장의 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도록 방치해야 국가부도를 피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일 예금보험공사가 발간한 '금융리스크리뷰 여름호'에 기고한 '미국 금리 인상 및 달러화 강세와 신흥국 위기'에서 신흥국이 외환보유액을 통해 개입하지 않고 외환시장의 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도록 방치하면 긴축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외환보유액을 푸는 것은 재정지출과 수입을 방만하게 늘리는 것과 본질에서 같다"며 "외환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도록 방치해 환율이 급등하면 수입이 어려워지고 정부가 쓸 수 있는 돈도 줄어드는 긴축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환율이 긴축효과를 내면서 경제는 어려워지겠지만 환율과 물가 폭등으로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어 국가부도는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1997년 우리나라가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한 것은 외환보유액을 풀어서 외국인들이 달러화를 가지고 빠져나갈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며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환율이 급등하고 경제는 크게 어려워졌겠지만 국가부도는 피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을 풀다가 국가부도 상황에 빠지는 것을 보고 난 이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 신흥국들은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재정과 경상수지에서 문제가 생겨서 제1방어선이 뚫려도 중앙은행이 독한 마음을 먹고 환율 급등을 방치해서 제2방어선을 지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2015년 브라질과 러시아의 대응을 좋은 사례로 꼽았다.

두 국가는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해 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외국인들의 자본이탈에 시달렸다.

브라질은 당시 알레샨드리 톰비니 중앙은행 총재가 경제악화와 정치권의 압박에도 외환보유액을 풀지 않았고 환율과 물가가 폭등하자 금리를 올려 긴축을 강화했다.

이후 국내 경제 환경은 더 악화돼 2016년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지만 국가부도 사태를 피했고 경기침체도 단기간에 끝났다는 것이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러시아는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의 긴축 제안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받아들여 환율 안정을 포기했다.

러시아 역시 이 때문에 경기침체를 겪었지만 유가가 안정을 찾자 곧바로 경제가 회복될 수 있었다.

김 센터장은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정부나 가계, 기업의 방만함이 재정적자나 경상수지 적자가 된다"며 "이 상태가 장기화하면 투자자들의 의심이 깊어지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를 만나면 급격한 자본유출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금융시장과 언론 등에서 얘기하는 신흥국 위기설은 과거에도 몇 번 겪었던 패턴이다"며 "경제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의 외환을 시장에 내놓느냐, 환율 급등을 방치하느냐에 따라 신흥국 경제위기가 국가부도로 이어질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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