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한화생명이 삼성생명에 이어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을 거부하면서 금융감독원에 반기를 들었다.

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즉시연금 미지급금과 관련해 법률검토를 거쳐 '불수용' 의견서를 제출했다.

다수의 외부 법률자문 결과를 받은 결과 약관에 대해 법리적이고 추가적인 해석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6월 금감원 분조위는 약관에 사업비를 제한다는 내용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한화생명에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850억 원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 즉시연금 지급 여부 결정 기한은 지난달 10일이었으나 한화생명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1개월을 연장했다.

그 사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가 4천300억 원으로 가장 큰 삼성생명이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법원 소송을 통해 지급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이런 결정에 한화생명도 동참한 것이다.

특히 한화생명의 약관이 삼성생명보다 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어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했다.

한화생명 즉시연금 만기환급형 상품의 약관에는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삼성생명보다 오해의 소지가 적다는 것이다.

한화생명 내부에서도 금감원과의 갈등에 대한 부담이 커 최종 결정까지 상당한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도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을 거부하면서 생명보험사들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한화생명과 약관이 비슷한 만큼 이번 결정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은 약관에 기준이 명시돼 있고, 이 약관을 토대로 성실히 지급을 해왔다고 소명을 내고 분조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돼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져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만큼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분조위 결정을 수용했더라도 850억 원의 추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삼성생명처럼 이사회에서 번복될 가능성이 컸다"며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원인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쉬워 법리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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