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9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지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및 러시아 제재 등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와 기업 실적 낙관론이 맞서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 국채 가격이 예상보다 낮은 인플레이션에 안도하며 상승했다. 30년 만기 국채 입찰은 다소 부진한 수요를 보였다.

달러화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다 브렉시트 우려, 미국의 러시아와 터키 제재 등 중동과 유럽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상승했다.

뉴욕 유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 등으로 소폭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추가 관세 부과 이후 새로운 무역 긴장이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러시아 제재에 나서면서 지정학적 위험은 커졌다.

미국은 전일 러시아가 독극물을 사용한 암살을 기도한 점을 이유로 국가안보와 관련한 품목이나 기술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를 내놨다.

또 일부에서는 미국이 러시아 국채 매입 금지 등의 주가 제재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면서 루블화가 급락하는 등 러시아 금융시장이 극심한 불안을 겪었다.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가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보복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밖에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험과 영국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 등 글로벌 정치 상황의 불안이 커진 점이 투자 심리를 위축했다.

한편, 미국이 유럽 전역의 대사관에 전보를 보내 관세를 낮출 수 있는 사업 분야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 외 다른 지역과의 무역충돌 우려는 다소 경감됐다.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 수가 전주에서 6천 명 감소한 21만3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는 22만 명보다 적었다.

노동부는 또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변화 없음(0.0%·계절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0.2% 상승이었다. PPI 상승률 둔화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줄였다.

상무부는 6월 도매재고가 전달 대비 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도매재고는 지난 8개월간 늘었다. WSJ 조사치는 '변화 없음(0.0%)'이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올해 말까지 2번이 될 것이라는 기존 예상을 지지하는 발언도 나왔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목표인 2%를 찍거나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연준이 최소 한 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며, 두 차례도 가능하다고 언급해 연준의 계획을 재확인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4.52포인트(0.29%) 하락한 25,509.2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12포인트(0.14%) 내린 2,853.58을 기록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46포인트(0.04%) 상승한 7,891.78에 장을 마감했다.

애플 등 주요 기술주의 호실적에 힘입어 나스닥은 이날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장기간 연속 상승 기록이다.

시장 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정책 충돌 추이와 미국의 러시아 제재 등 정치 불안요인을 주시했다. 기업의 강한 실적에 따른 낙관론도 유지됐다.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 제품 160억 달러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안을 맞교환하며 재차 충돌했다.

이로써 양국은 상대방 제품 500억 달러씩에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미국은 또 중국 제품 추가 2천억 달러, 중국은 미국 제품 600억 달러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맞서는 중이다.

양국 간 무역정책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시장의 불안도 해소되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기업의 강한 실적에 기댄 낙관론도 여전했다. S&P 500 포함 기업의 2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24%가량으로 시장의 당초 예상 20%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날 종목별로는 상장폐지 추진 소식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테슬라 주가가 4.8% 하락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지속했다. 아마존과 애플은 0.6%와 0.8% 각각 올랐다.

업종별로는 통신주가 0.98% 오르며 가장 강세를 보였다. 반면 에너지는 유가 반락 영향으로 0.89% 떨어져 가장 부진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의 위험투자 심리가 유지되고 있지만, 무역전쟁 등 확산하고 있는 불확실성도 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포트 피트 캐피탈 그룹의 찰스 스미스 수석 투자 담당자는 "관세를 염두에 두고 거래를 하고 싶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일 무슨 일을 할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또 어떤 기업이 관세 이슈로 타격을 받게 될지도 불분명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장은 관세가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줄 정도로 확대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9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96.0%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3.87% 상승한 11.27을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3.4bp 내린 2.935%를 기록했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3.7bp 떨어진 3.081%를 나타냈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달 3일 이후,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달 27일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 폭을 나타냈다.

10년과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최근 5거래일 가운데 4거래일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일보다 2.4bp 하락한 2.650%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의 가격 격차는 전장 29.5bp에서 이날 28.5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과 중국의 추가 관세 부과 이후 새로운 긴장이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러시아 제재에 나서는 등 지정학적 위험이 커져 장 초반 미 국채 값 강세는 유지됐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가속하지 않아 국채 값은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수바드라 라자파 미국 금리전략 대표는 "예상보다 완화된 인플레이션 지표가 시장을 이끌었다"며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3%대를 향할 때마다 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의 관심은 10일 발표 예정인 소비자물가지수(CPI)다.

BMO 캐피탈의 이안 린젠 미국 금리 전략가는 "PPI가 내일 발표 예정인 CPI가 강할 것이라는 예상을 꺾지 못했다"며 "그러나 중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지정학적 우려가 부분적으로 촉발됐고 달러가 오르면서 미 국채 매수를 도왔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상승은 고정 수익의 채권에는 약세 요인이다. 또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오르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가속할 수 있어 미 국채 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날 PPI는 시장 우려를 줄이며 국채 매수를 도왔다.

미국은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러시아와 터키 제재에도 나서는 등 지정학적 우려는 지속했다.

이날 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180억 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 입찰은 예상보다 약한 수요를 보여줬다.

30년 만기 국채는 3.090%에 발행됐으며 응찰률은 2.27배였다. 낙찰률은 간접 62.2%, 직접 8.0%였다.

전일 260억 달러 상당의 1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는 강한 수요를 확인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를 포함해 이번 주 78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나 증가한 7천69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1.05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10.98엔보다 상승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532달러에 움직여 전일의 1.1613달러보다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8.07엔을 기록, 전장의 128.90엔보다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지수는 0.46% 오른 95.579를 기록했다. 95.5선을 뚫으며 연고점인 지난달 19일의 95.652에 근접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진행형인 데다 협상 시한이 다가올수록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지속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 터키 등에 대한 긴장도 높아져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가 지속했다.

여름 휴가 시즌을 맞아 거래량은 줄었지만, 투자자들은 글로벌 무역전쟁과 강한 미국 경제가 달러화를 지지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강한 경제 지표 역시 달러 상승세를 도왔다.

웨스턴 유니온의 조 마님보 선임 연구원은 "내일 발표될 인플레이션 지표를 기다리며 좁은 범위에서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다"며 "소비자 물가가 더 높아지면 달러는 물론 올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미국이 러시아 제재에 나서면서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루블은 66.6588루블로, 심리적 지지선인 65루블을 넘어섰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가 영국에서 전직 이중간첩을 신경작용제로 암살하려고 했다며 이달 22일 발효되는 제재를 부과했다. 국무부는 국가안보와 관련한 품목이나 기술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키 리라는 이날 3% 급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다시 썼다. 달러-터키 리라는 이날 5.5372리라를 기록했다.

미국은 터키가 브런슨 목사를 장기 구금한 데 항의하며 터키에 제재를 부과했고, 터키는 보복 조처를 지시했다.

7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진행 중인 터키 정부 대표단의 미국 방문 협상이 결실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터키가 새로운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

뉴질랜드 달러는 금리를 동결한 중앙은행이 더 비둘기파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를 나타내면서 2016년 3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지속하며 영국 파운드화는 1년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다 다소 회복했지만, 하락세는 유지했다.

유럽연합(EU)이 상품과 관련해서는 영국이 단일 시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허가할 수 있다는 관측에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이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다.

이 소식에 파운드-달러 환율은 1.2912달러까지 오른 후 1.2826달러에 거래됐다.

스탠다드 은행의 스티브 바로우 G10 전략 대표는 "브렉시트에 대한 불안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파운드는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며 "결과가 시장의 예상보다 나쁘지 않으면 파운드화는 회복되겠지만, 앞으로 몇 달간 큰 폭의 변동 폭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NG의 비라즈 페텔 외환 전략가는 "정치적인 이슈로 글로벌 외환시장이 단기적으로 큰 혼란을 빚고 있다"고 분석했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13달러(0.2%) 하락한 66.8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 여파 등을 주시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충돌이 격화하는 데 대한 부담이 유가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전일 미국산 제품 160억 달러어치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 16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오는 23일부터 부과키로 한 데 따른 맞대응이다.

중국은 특히 액화석유가스(LPG)와 디젤 등 미국산 에너지를 대거 관세 대상 품목에 포함하며 원유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중국은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2천억 달러에 대한 25% 관세를 강행할 경우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해 놓은 상태다.

중국의 원유 수입은 지난 5~6월 두 달 연속 하락한 데서 7월에는 소폭 증가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연중 세 번째로 적은 수준에 머물면서 수요 둔화 우려를 자극했다.

이에 따라 WTI는 전일 3.2% 급락하는 등 급격한 약세를 보였다.

이라크가 이날 아시아에 공급하는 원유의 수출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등 유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소식들이 이어졌다.

다만 급격한 하락세는 진정됐다.

유가가 전일 급락한 데다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가 시작된 데 따른 이란의 원유 수출 차질 우려도 상존한 점이 낙폭을 제한했다.

본격적으로 발표된 미국의 이란 제재는 아직 원유 수출을 직접 제한하지는 않지만, 이란과의 전반적인 무역을 차단하면서 원유 수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에 대한 제재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미쓰비시의 토니 누난 원유 매니저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원유 공급을 줄일 것이란 우려로 시장이 지지력을 보인다"며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해서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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