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수출입업체들이 외환 포지션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두고 셈법이 복잡하다.

달러-원 환율이 1,120∼1,130원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달러 물량 처리를 어느 시점에, 얼마 만큼 해야할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출업체들은 일단 1,130원 선까지 물량을 지연시키는 '래깅'을, 수입업체들은 다소 앞당겨 결제하는 '리딩' 전략이 유효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10일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에 따르면 서울환시에서 최근 한 달간 달러-원 거래량은 일평균 85억3천700만 달러에 이른다.

올해 전체 하루 평균 거래량은 81억9천100만 달러로 오히려 최근의 거래량이 더 늘어난 셈이다.계절적 요인으로 역내 실수요는 줄었으나, 해외 투자 및 역외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관련 수요로 전반적인 거래량이 적지 않아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또 경상수지 흑자와 상반기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매수도 양방향 수요가 늘어나 역내 수요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 3일 발표한 '2018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73억 8천만 달러 흑자로 2012년 3월 이후 7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의 외환 담당자들은 현재 거래 유인은 없지만 1,130원대부터는 매도 레벨, 1,120원 아래부터는 매수 레벨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달러-원 환율이 1,120원대 중반을 상단으로 레인지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중공업체가 이번 주 휴가에 들어간 만큼 대규모 물량 출회는 소강상태다.

A수출입업체의 외환담당자는 "휴가철이라 역내 거래량이 줄었고 시장에 모멘텀이 별로 없다"며 "1,130원대 중반에서 네고 물량을 냈기 때문에 나머진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B수출업체의 외환담당자도 "거래 만기 돌아온 것 외에는 환율 수준이 별로 좋지 않아 거래를 하지 않았다"며 "선물환 거래는 할 수 있는데 최근 달러-원 환율이 저점 수준이라 굳이 지금 매도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입업체들은 1,110원대 후반만 보면 적극적으로 매수한다는 입장으로 1,120원대 초중반에서도 매수 수요는 나올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의 대고객 딜러(콥딜러)는 "1,110원대만 보면 달러 매수 수요가 많이 생긴다"며 "현재 8월 첫째 주라 물량이 적지만 유가가 올랐기 때문에 주요 정유업체들이 원유를 오른 가격에 사야 하니 결제 쪽 물량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수입도 수출도 늘어났다"며 "통상적으로 수입이 늘면 가격 경쟁력 때문에 수출이 줄지만 업종별 차별화되서 양방향 거래가 많아졌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기업 외환 담당자들은 중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과 국내 경기 부진 등을 이유로 달러-원 환율 상단을 더 열어두면서 매도 시기를 저울질 하는 셈이다.

B업체 외환담당자는 "하반기 달러-원 전망을 좀 더 높이 보고 있다"며 "미국 경기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지금보다 10~20원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고 1,130원대부터 매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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