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 세부 품목을 발표하면서 관세부과 품목의 선정 이유와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8일(현지시간) 중국은 상무부 홈페이지에 오는 23일부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미국산 수입품 160억 달러 상당, 총 333개 품목을 공개했다.

중국은 지난 3일에도 미국의 2천억 달러 상당 관세위협에 대응한 600억 달러 대미 관세부과 품목 5천207개 항목을 발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자국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국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관세부과 품목을 세밀히 골랐다면서, 주요 품목 선정 이유와 여파를 분석했다.

◇자동차

중국이 발표한 160억 달러 상당 대미 관세부과 품목에는 자동차 엔진, 트럭, 벤, 미니버스 등 자동차가 추가로 포함됐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차용 엔진, 디젤, 모터 등 자동차 부품·연료도 25% 관세부과 품목으로 꼽혔다.

중국은 오토바이, 자전거, 트레일러, 휠과 심지어 유모차도 관세부과 품목에 포함했다.

SCMP는 이에 따라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중국으로 수출된 미국의 승용차, 트럭 등 차량과 엔진 부품은 총 139억 달러(약 15조6천300억 원)에 달한다.

아이리스 팡 ING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관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유럽과의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자동차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팡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관세가 자동차 제조뿐만 아니라 관련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가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새로운 목록은) 앞선 목록보다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면서 "(새로운 목록이) 미국 자동차업계의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소피 션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업계는 상당히 중요하고 전략적인 업계"라면서 "(자동차업계가) 시장 반응을 만들어내기 쉽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중국의 관세부과로 미국의 자동차업계가 큰 타격을 받게 되면 경제적 여파와 여론 조성 등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션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관세부과의) 전체적 영향은 아주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중기적·장기적 관점에서 관세부과는 이미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드 등의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어려운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한편, 중국의 160억 달러 상당 관세부과 품목에서는 원유가 제외됐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이 자국의 에너지 부족 사태를 우려했다는 의견과 원유에 대한 관세부과가 별다른 여파가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에너지 안보' 사태를 의식해 원유를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한다.

케빈 북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상무이사는 중국이 앞서 원유를 관세부과 목록에 포함한 것은 일종의 '허세'(bluff)라면서, 이후 에너지 부족 사태를 인지한 중국이 원유를 최종 목록에서 제외했다고 S&P 글로벌플래츠에 전했다.

반면,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이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목록에서 제외됐다는 견해도 있다.

노무라의 린 첸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중국은 미국의 원유를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지만, 미국산 원유는 중국의 전체 원유 수입량의 2% 수준에 머문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원유를 수입하는) 많은 대체 국가들이 있다"면서 "(미국산 원유는) 확실히 중국에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속(고철) 폐기물

중국은 160억 달러 상당 관세부과 품목에 금속(고철) 폐기물(scrap metals and waste)을 포함했다.

지난해 미국이 중국으로 수출한 작업 폐기물(scrap waste)은 총 56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이 환경 보호를 이유로 2019년 말까지 폐기물 수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상태에서 폐기물에 대한 관세부과 여파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도 폐기물 수입 규제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폐기물에 대한 관세부과까지 더해지면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액화 천연가스(LNG)

LNG의 경우, 지난 3일 중국이 발표한 600억 달러 상당의 관세부과 품목에 포함됐다.

이 품목에 따르면 LNG는 25%의 관세부과 대상이다.

다만, 600억 달러 상당의 관세부과는 미국의 2천억 달러 관세부과 방침에 반박한 것으로, 미국이 2천억 달러 관세부과를 강행하지 않을 경우 부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산 LNG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무역전쟁이 글로벌 에너지시장으로까지 여파를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SCMP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미국산 LNG에 대한 관세부과는 위안화 약세, 글로벌 가스 가격 인상에 더해져 중국인들에게 삼중고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공기 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기존의 석탄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 중인 만큼 LNG에 대한 중국의 수요는 줄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유 및 가스 컨설팅업체 우즈 멕킨지의 가일스 파러 연구국장은 "단기적으로는, 관세가 (중국의) LNG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관세부과가 미국 외 지역의 신규 가스 프로젝트 계약 비용을 높이고, 결국에는 향후 LNG 가격을 올리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세계 2위의 LNG 수입국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세부과 양상이 미국과 중국 양국에 부정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팡 ING 수석은 "미국이 이 같은 관세와 보복전을 '제로섬'(zero-sum)이며, 미국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정말 중요한 것은 관세가 아닌, 중국이 어떤 '질적인' 조치를 사용하는지다"라면서 "가령, 미국으로 입국하는 중국 여행객들의 수 등이 (중국이 활용할 수 있는) 한 예다"고 SCMP에 전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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