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회원국과 갈등 씨앗…시장 흔들 위험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간 에너지 애널리스트들에 사우디의 석유 생산량 추정치를 수정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원유시장에 복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지난주 몇몇 기관에 속한 애널리스트들에 추정치를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몇몇 기관은 해당 요청을 거절했지만 다른 곳들은 압박에 굴복해 지시를 따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WSJ은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의 긴장을 가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는 지난 7월 OPEC에 석유 생산량이 줄었다고 보고했다.

사우디 당국이 OPEC 대표단에 지난주 보고한 7월 사우디의 하루 생산량은 20만 배럴 줄어든 1천029만 배럴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민간 기관들의 추정치에 따르면 사우디는 해당 기간 생산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정보를 제공하는 S&P 글로벌 플랫츠에 따르면 사우디 생산량은 하루 1천60만 배럴로 증가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추정치도 플랫츠와 같은 수준이었다.

사우디 정부와 민간의 추정치는 최대 50만 배럴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OPEC은 오는 13일 월간 석유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며 수치가 민간과 크게 다를 경우 시장에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영국 컨설팅업체 알파 에너지의 존 홀 회장은 "사우디가 신뢰를 잃을 수 있다"라며 "이는 유가에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플랫츠의 추정치는 2016년 중반 이후 최고치이다.

홀은 민간 기관들은 정부 내 계약, 저장 정보, 선박 추적 자료 등을 통해 생산량을 추정하며 수치를 정확히 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 내부에서도 다른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우디 당국자와 고문은 개인적으로 사우디의 생산량이 공식 수치보다 더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에너지부는 WSJ의 코멘트 요청에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사우디 당국자들은 생산량의 불일치는 미국과 이란과의 정치적 압력이 고조된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사우디에 원유 생산을 하루 200만 배럴까지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며, 사우디가 이에 동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은 대이란 제재 복원 뒤 유가 급등 위기를 막기 위해 추가 증산을 요청하고 있으나 이는 이란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앞서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은 유가 안정을 위해 7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 증산에 합의한 바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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