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경기 흐름을 둘러싼 정부와 국책연구소·시장의 시각차가 확대하고 있다.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정부에 대해 국책연구소와 자본시장 참가자들은 투자부진, 소비둔화에 따른 내수침체를 우려하며 경고음을 보냈다.

기획재정부는 10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우리경제 상황에 대해 "수출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5개월 연속 수출액 500억 달러 상회, 작년 연간 수출증가율이 15.8%로 기저가 높은 상황에서도 올해 7월까지 수출증가율이 6.2%로 견조하다는 점이 근거다.

주요 수출국의 경제상황도 정부가 수출에 기대하는 이유다.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올해 2분기 연율 환산 4.1% 성장했고 중국도 연간 목표치 6.5%를 웃도는 6.7% 성장일 이뤘다.

일본도 소매판매가 6월 들어 1.5% 증가하는 등 회복세가 예상되고 유로존 경제는 2분기 성장률이 0.3%로 1분기 0.4%보다 소폭 내렸으나 양호한 고용과 경제심리로 성장세 회복이 예상됐다.

국책연구원과 자본시장참가자들은 수출 호조는 인정하지만 내수 부진에 대한 고민을 더 크게 가져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DI경제동향' 8월호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내수 증가세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경기개선 추세를 제약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6월 소매판매액지수가 전월(4.5%)보다 내린 4.0%로 나타나는 등 증가율이 내리고 있고 7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105.5)에서 큰 폭으로 내린 101.0으로 조사됐다.

투자지표는 여전히 부진했다.

설비투자지수는 4월 1.6%에서 5월 -3.7%, 6월 -13.8%까지 떨어졌다.

선행지표인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과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의 감소폭도 확대했고 기계류 수입액은 7월 들어서도 여전히 두자릿수 감소를 나타냈다.

증권가의 시각도 KDI와 비슷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분기 국내GDP 속보치에 대한 보고서에서 "정부소비를 제외한 민간 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모두 둔화해 내수 부진을 확인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하향한다. 정부 부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시했다.

KB증권도 8월 매크로 전망 보고서에서 "고용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가계 소득 여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고 설비투자 또한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며 "2018년, 2019년 연간성장률 전망을 각각 2.7%와 2.6%로 하향했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정부가 우리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시각을 고수하는 것은 경제주체의 심리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생 체감경기의 어려움이 지속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경제는 심리가 중요한 데 과도한 낙관론도 문제지만 지나친 비관론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여러 다양한 시그널이 혼재된 월별 지표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것을 지양하고, 긴 호흡에서 균형 있게 지표 흐름을 읽어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초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경기 논쟁에서 낙관을 고수하던 김 부총리가 결국 성장률 전망을 하향하는 등 입장을 바꾼 점으로 미뤄볼 때 정부의 시각이 끝까지 낙관론을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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