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 과학·기술 연구원들의 미국 비자 취득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SCMP는 복수의 사례를 인용하며 중국의 하이테크(hi-tech), 과학 연구진과 유학생 등의 미국 출국 심사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이같이 전했다.

SCMP에 따르면 항공우주·공학 분야 연구에 뛰어난 미국 인디애나 주 웨스트라피엣 소재 퍼듀대학교에서 산업 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소니아 선은 지난해 J-1 비자를 발급받는 데 약 두 달이 걸렸다.

선에 따르면 이 과정은 한 해 전까지만 해도 2주 정도면 끝났었다.

선은 J-1 비자 발급을 위해 중국 광저우 지역으로 가 6주간의 대기 기간을 거치고, 30분간 진행된 비자 인터뷰에서 담당자들에게 연구 목적과 미국에서 유학하는 이유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했다.

선은 "(담당자가) 내 학위가 통신이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 인터뷰는 갑자기 끝났고 다른 스태프가 비자 접수가 추가적인 체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SCMP에 전했다.

SCMP는 선의 사례는 무역갈등 격화 이후 많은 중국 박사 학생들이 겪고 있는 사례 중 하나라면서, 중국 연구자, 교수 등이 미국 비자 취득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의 상위권 대학에서 통신을 전공하는 왕 교수(익명 요청)는 최근 그의 동료 교수 중 한 명이 미국 비자를 거부당했고, 다른 동료는 4월에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기술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당 시간을 대기해야 했다고 SCMP에 전했다.

두 동료 교수는 모두 과거에 미국을 수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왕 교수는 "두 동료 모두 미국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았지만, 시간 내에 비자를 취득하는 데 실패하거나 설명 없이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의 저명한 교수인 베이징대 생명과학부 라오이 학장이 7월 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 과학재단 주최 콘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한 미국 비자 신청이 거부당한 사례도 있었다.

베이징 소재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영사 직원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기준으로 비자를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CMP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2천 명 이상의 중국 학생들이 엄격해진 미국 비자 체크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전년동기대비에 이같이 응답한 1천500명에 비하면 훨씬 늘어난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로봇·공학·항공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대학원생 이상 중국 유학생의 비자 기간을 1년으로 제한했다. 이 조치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6월경부터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뉴저지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열린 주요 최고경영자(CEO) 및 백악관 참모진 만찬 자리에서도 유학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자리에서 "그 나라에서 오는 거의 모든 학생은 간첩(almost every student that comes over to this country is a spy)"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모두가 이를 중국으로 이해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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