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나비효과로 채권 금리가 상승 압력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당초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는 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재정 확충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는 데다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18일 정부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2018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대폭 인상한 시간당 7천530원으로 결정됐다. 임금 인상률은 1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애로를 줄이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영세사업자 등에게 추가 임금인상분 약 3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채권시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공약의 실행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복지 정책 등이 대부분 재정 소요가 불가피하다는 데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매년 15.6%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내년에는 16.4% 인상하기로 결정되면서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최저임금 지원을 위한 정부의 재정 부담은 연간 약 4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여기에 당초 대통령의 공약 실행을 위한 재정 소요도 더 해야 한다.

시장참가자들은 정부의 공약 현실성이 높아질수록 채권시장에는 부담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복지 정책의 실행 속도가 빠른 반면 세수 확보를 위한 노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최저임금 상승은 수요측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재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저물가의 원인으로 저유가,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약화, 낮은 임금 상승 압력을 꼽기도 했다. 최저임금 상승은 전반적인 임금 상승 압력으로 연결되며,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증세 계획이 제대로 이행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 재정지원이 커진다면 적자 국채 발행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최근 각종 인프라 사업을 재정에서 부담하기로 한 점은 장기채 공급 요인으로 연결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데, 최저임금 근로자 대부분이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것이다"며 "정권 전반에 걸쳐 공사채와 국고채 발행 증가가 예상되고, 한은의 매파적 스탠스가 강화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부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서비스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며 "다만 경기 회복 사이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기가 하강으로 돌아선다면 사람들이 서비스 소비를 급격하게 줄이면서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가중하는 결과로 연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