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시중은행이 방카슈랑스로 벌어들이던 수수료 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저축성 보험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줄어든 데다, 금리 측면에서도 다른 상품과 비교해 메리트가 없다는 이유로 가입자가 줄고 있어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의 방카슈랑스 가입자 수는 대략 35만 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약 11% 감소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신한·국민·하나은행의 가입자 수는 30만 명 대에서 20만 명대로 줄어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의 올해 상반기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도 일제히 감소했다.

국민은행은 220억 원에 그쳤는데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8% 급감했다. 시중은행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각각 280억 원과 160억 원의 수익을 냈다. 각각 20%와 31% 급감한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만 2.3% 증가한 실적을 냈다. 상반기 수익은 450억 원이었다. 우리은행은 2017년 가입자 수도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증가했다. 기관과 법인 고객의 기반이 탄탄한 게 도움을 줬다.

전반적인 감소세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방카슈랑스가 도입 초기에는 은행 수수료 수익의 20% 가까이 차지하는 등 비은행 수익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2011년 연간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은 전년보다 86.5%나 성장하며 2천억 원대를 돌파했고, 이듬해에는 2천475억 원의 실적을 냈다.

이는 당시 은행 순수수료손익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신한·하나·우리 등 타 시중은행들도 2012년을 기준으로 1천억 원이 넘는 방카슈랑스 수수료 순익을 냈다.

은행권은 작년 4월 세제 개편으로 일시납 보험의 비과세 한도가 기존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축소되면서 이를 찾는 고객이 줄었고, 이에 따라 수익이 감소했다는 입장이다.

방카슈랑스는 장기저축성보험 상품으로 10년간 유지해야 하는데, 그 기간을 유지하는 데 비해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비과세 혜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방카슈랑스 도입 초기 3% 정도였던 예·적금과의 금리 차가 줄어든 것도 고객 유인을 떨어뜨린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좀처럼 완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 금융당국의 규제도 방카슈랑스 판매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는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상품에 대해 상품 판매 비율 25%·판매 인원 2인·상품 범위 제한 등의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에 대해 "여러 채널이 얽혀 있어 금융위가 일방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현재 검토하는 바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방카슈랑스의 수익 감소에 주가연계신탁(ELS) 등을 도입하며 신탁 고객을 늘리는 한편 해외 시장 진출을 활발히 하는 등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업권의 한 관계자는 "방카슈랑스와 비교하면 ELS 상품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3년 정도로 보유기간이 짧아 수익을 실현하려는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면서 "신탁뿐 아니라 해외 점포 활성화 등 전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창구를 많이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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