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 장바구니 물가를 염려하는 발언을 하면서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시장참가자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금리 하락 요인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시장 흐름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개호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한 달 후 추석이 다가오는데 제사상 물가에 비상이 걸리지 않도록, 장바구니 물가가 압박받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기 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정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할만한 발언을 연이어 내놓은 셈이다.

다만 시장참가자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문 대통령 발언이) 관리물가 차원에서 물가 상승을 조금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며 "채권 시장의 금리 하락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4분기로 갈수록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점은 대부분 시장참가자의 생각"이라며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오를 것인지, 덜 오를 것인지의 차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지표의 수치와 체감물가는 별개이고,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표보다는 체감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장바구니 물가는 물가 구성 부분 중의 매우 작은 부분"이라며 "발언 자체는 금리 하락 요인이지만 추석 장바구니 물가 때문에 물가 지표 자체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가 관리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정부의 입장은 최근 관리물가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은행과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한은은 지난 7월 29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관리물가 현황 및 거시경제적 파급영향 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관리물가가) 저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욱 둔화시키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판단하는데 있어서도 교란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은 또 "원가변동 요인에도 관리품목의 가격 조정을 지나치게 억제하여 인상 압력이 누증될 경우 추후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시장의 한 관계자는 한은이 관리물가를 언급하면서 금리 인상의 명분을 만들려고 한 듯하다며 정부가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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