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명선 기자 =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터키발(發) 금융 불안이 장기간 지속할 재료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신흥국 전이 여부와 유로 약세, 글로벌 달러 강세 등을 주시했지만, 전체 유로존의 재정문제가 부각된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봤다.

재정 및 금융이 아닌, 정치적인 이슈가 터키발 금융 불안의 원인인 만큼 터키가 미국의 추가 제재를 피한다면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3일 "터키에 대한 유럽 은행의 위험 노출액 규모가 많이 늘어났지만, 전체 은행권 시스템을 붕괴시킬 만큼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민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트레스 테스트 관리로, 유럽계 은행들의 위기 대처능력(자본확충)이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약 2천230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자금 중 60%는 주요 남유럽 국가들의 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국가별로 스페인 36.2%(809억 달러), 프랑스 15.7%(352억 달러), 이탈리아 8.3%(185억 달러 비중이다.

세부적으로는 스페인 BBVA 은행은 터키의 주요 3대 은행 중 하나인 가란티은행의 지분 약 49%를,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 은행은 야피 크레디의 지분을 조인트 형식으로 약 80%를 보유 중이다.

A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그리스 디폴트 사태는 금융 위기였던 것에 비해, 터키 불안은 정치적인 리스크에 가깝다"며 "유럽 은행감독국은 터키 익스포져가 있는 유럽연합(EU) 가입국 은행들의 연쇄 부도로까지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유로-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유로당 1.15달러 아래로 갔는데, 이미 지난해 1월 1.033달러까지도 떨어졌던 바 있어 심각하지 않다"며 "유로화가 리라화 폭락 영향을 받았지만, 이는 그동안의 유로화 강세를 되돌리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B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터키 불안은 그리스 구제금융 위기 때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라며 "터키에서 적당한 방법을 활용해 미국의 추가 제재를 피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터키 경제 위기가 확대하면서 구제금융 가능성 등 뉴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방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C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13일 들어서 유로-달러 환율이 유로당 1.1367달러까지 내렸는데 이를 보면 터키 리라화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포지션을 함께 잡고 있는 유로존 통화도 같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원 환율이 단숨에 1,130원 선에 진입 시도할 것으로 본다"며 "네고 물량이 1,130원대에서 나온다면 조금 빠질 수 있지만 그래도 상승 압력이 우위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m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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