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저축은행은 금융권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영업권역 제한을 받는 금융사로 40년 넘게 규제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저축은행 업계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야 3당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 특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정치권은 ICT 기업들이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을 충분히 보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4차산업 혁명 시대를 선도할 혁신기업들을 육성하고, 자금확보의 어려움으로 성장이 가로막힌 인터넷 전문은행의 숨통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1972년 처음 설립된 저축은행은 아직 오래된 규제에 갇혀 성장에 제한을 받고 있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생긴 이후 2008년경에 규제 완화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것이 중단됐다"며 "이후 부실 우려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규제 완화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축은행, 권역에 갇혀 성장 한계

저축은행은 우선 지역 서민 중심의 금융이라는 설립 취지 때문에 저축은행이 속한 권역에서 기업과 개인 대출이 전체 대출의 일정 비율을 넘어야 하는 권역별 의무대출비율 목표가 있다.

상호저축은행법상 저축은행은 서울, 인천·경기, 대구·경북·강원,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전북·제주, 대전·충남·충북 등 6개 영업구역 내에서만 영업할 수 있다.

이 중 서울, 인천·경기 지역은 의무대출비율이 50%이며, 나머지 4개 권역도 의무대출비율이 40%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인터넷은행처럼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며 권역별 의무대출비율은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모바일 서비스 강화를 위해 저축은행중앙회도 최근 IT 업무 관련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등 IT 역량 강화에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금융 업종과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권역 규제는 대형저축은행이 소형저축은행을 인수·합병하는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JT친애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을 보유한 J트러스트 그룹은 지난 2016년 부산에 있는 DH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최종 단계까지 협상을 진행했지만, 금융당국의 불허로 무산됐다.

J트러스트 그룹은 당시 홈페이지에 공시를 통해 DH저축은행의 기발행 보통주식을 전량 취득 후 자회사화하기로 결의했지만, 금융당국에서 승인신청이 수리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J트러스트 관계자는 "대주주 승인신청을 위해 금융당국과 지속해서 접촉해왔지만, 당사의 자회사인 JT친애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 이외에 3번째 저축은행의 보유와 관련해 금융당국에서 승인신청이 수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 저축은행을 소유해 영업권역을 확대하는 것을 불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저축은행이 생기면 실제로 인수할 수 있는 회사는 대형저축은행밖에 없다"며 "권역별 확대를 막은 것은 사실상 저축은행 간의 인수합병을 차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예금보험료율과 광고도 차별 '억울'

저축은행들은 현재 다른 금융사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예금보험료율에도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예금보험료율은 은행 0.08%, 보험과 금융투자사 0.15%, 저축은행 0.40% 수준으로 저축은행은 다른 금융사 대비 최대 5배나 높은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예금보험금 지급이 많이 발생하면서 저축은행의 예금보험 계정에 손실이 커져 보험료율이 크게 올랐다.

저축은행들은 과거 부실상태에 있던 회사들은 없어지고 현재는 그 당시와 다른 회사들이 영업하는 상황인데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현 저축은행의 부실 위험을 고려한 보험료 산정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의 입장에서도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통해 큰 손실이 발생한 만큼 보험료율을 낮추는 데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저축은행들이 대형화되면서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광고에서는 대부업체와 같은 수준의 규제도 받고 있다.

대부업체는 평일 오전 7∼9시, 오후 1∼10시, 토요일과 공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에는 방송광고를 할 수 없다. 일주일에 방송광고가 가능한 시간도 168시간 중 85시간이다.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직접 받고 있지 않지만,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 대부업체와 같은 방송광고 시간제한 규제를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장려하는 광고는 가계 대출 확대를 막기 위해 규제를 할 수 있지만, 기업 이미지 광고와 예금판매 확대 등의 일반 광고 역시 대부업체 수준으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주요 대형저축은행들은 프로야구와 배구 등 프로 스포츠를 통해 기업 이미지 홍보를 하면서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효과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저축은행 업계는 규제 완화에 목을 매고 있지만, 저축은행 사태를 겪은 감독 당국이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미지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의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각사마다 입장이 다르고 이익 관계도 다르다"며 "저축은행 사태가 있었던 만큼 업계와 소통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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