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정부가 은산분리 공약 파기라는 비판에도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금융권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혁신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비단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전 금융과 전 산업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다른 금융권의 규제 완화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금융산업의 다른 축을 담당하는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규제 완화 문제를 짚어보고, 전망과 해결방안을 모색한 기획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혁신을 강조한 가운데 보험 분야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과 기술이 결합한 '인슈테크'가 보험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규제의 벽에 번번이 막혔기 때문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미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헬스케어와 인슈테크를 접목한 기술이 상용화했지만, 국내 보험업계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규제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보험업계의 하소연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다.



◇ 헬스케어·인슈테크 규제 정비 급선무 = 보험업계는 인슈테크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헬스케어 관련 상품이 출시됐지만,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건강증진형 보험은 건강관리 목표를 제시하고 보험가입자가 해당 목표를 달성하면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현금성 포인트 등 혜택을 제공한다.

이와 비교해 미국의 오스카 헬스보험의 경우 전용 앱을 통해 가입자와 의사 간의 원격 상담을 지원하거나 근처 약국에 처방전을 자동으로 전송해 가입자가 필요한 약품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 규정이 없어 보험사의 진입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신사업 육성과 고용창출 기조에 부합하도록 진입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손의료보험 자동청구도 시행 단계에 있지만, 병원이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직접 전송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중안보험이 제휴병원을 통해 모바일로 보험계약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청구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된다.

인슈테크 활성화를 위해 보험사가 핀테크 회사를 자회사로 소유하거나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사들이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등 기술기반 회사와의 협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기술 역량 내재화를 위해 자회사 형태의 인수·합병까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사보험 간 빅데이터 활용과 정보공유도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 1천600억 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민영보험이 약 1천억 건과 5억8천만 건가량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정보를 융합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 국회 계류 중인 법안도 발목 잡아 = 인슈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함께 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 5월 정부가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선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보험업법에서는 해외투자 등에 대한 투자 가능 자산을 포지티브 방식으로 제한하면서 투자 한도도 직접 규제하고 있다.

부동산은 총자산의 25%, 파생상품은 6%, 외화유가증권 등은 30% 내에서 투자하도록 묶어놨다.

202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을 앞두고 자본과 부채의 듀레이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보험사는 해외 장기채권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장기채권의 경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인수규모가 커서 보험사가 매입할 수 있는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

이에 상당수 보험사의 해외채권 투자 규모는 이미 법정 한도의 80%에 달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생명보험사의 올해 5월 말 기준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88조 원으로 작년 말보다 0.9% 증가하는 등 제자리걸음에 멈춰있다.

이러한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작년에 보험사 자산운용 규제 개선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투자 한도 직접 규제를 폐지하고 관리 한도를 초과하는 익스포저에 대해서는 지급여력비율(RBC)상 추가 자본을 쌓도록 하는 등 간접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보험업법 개정이 조속히 추진돼 보험사의 숨통을 조금이라고 틔워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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