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기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터키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단기적으로 자본통제에 나서고 외채상환을 일부 거부한 이후 위기가 진정되면 재정정책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진단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터키 외환위기가 20년전 아시아 외환위기와 닮은꼴이라면서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 사실상 효과적인 정책 대응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위기에서는) 모든 이들이 파산할 때까지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국내 통화로 평가되는 부채의 규모가 폭증하게 된다. 이 시점이 되면 통화 약세는 수출 호황을 일으키고 경제는 대규모 무역흑자를 발생시키며 회복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런 악순환을 단축시킬 '쉽지 않은(tricky)' 방법은 있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단기적으로 이단(heterodoxy)을 통하고 장기적으로는 정교(orthodocy)로 돌아와 신뢰할만한 확신을 통해 위기의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포심에 의한 자본 유출을 금지하는 등 일시적인 자본통제에 나서고 일부 외채상환을 중단하는 등을 통해 부채 비율이 폭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위기가 지나고 나면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체제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상황이 적절하게 돌아가면 신뢰는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며 결국 자본통제를 해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크루그먼 교수는 덧붙였다.

1998년 말레이시아가 그랬고, 당시 우리나라도 은행에 단기적인 신용라인은 유지하도록 압박하면서 미국의 도움 아래 성공적으로 비슷한 조처에 나섰다고 그는 말했다.

10년 뒤에는 아이슬란드가 자본통제와 부채상환 거부를 통해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크루그먼 교수는 덧붙였다.

2002년 아르헨티나는 '이단의' 정책을 꽤 잘 이행해 수년 뒤에 부채의 3분의2 가량을 성공적으로 상환을 거부했다. 그러나 키르히너 부부 정권은 이단을 중단하고 정교로 돌아올 때를 알지 못했고 결국 위기는 반복됐다고 크루그먼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위기가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라면서 "유연하고 동시에 책임감 있는 정부가 필요하며 특별한 조처를 이행하도록 기술적으로 유능할 뿐만 아니라 부패 없이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정직하기도 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부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터키와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라면서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도 맞지 않는다. 미국이 부채를 달러화로 갖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칼럼을 마무리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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