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리라화를 구하기 위해서는 '통화위원회(커런시보드·currency board)'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커런시보드란 통화를 특정 화폐에 고정하고 국내 통화량을 외국 자본 유출입에 따라 결정하는 엄격한 환율 체제를 말한다. 통화량이 외국 자본 유출입에 의해 결정돼 중앙은행 기능은 정지된다.

스티브 H. 행크 존스홉킨스대학 응용 경제학 교수는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에서 "터키가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는 리라화를 즉각적으로 구제하기 위해서는 커런시보드를 채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행크 교수는 원자재와 서비스, 자산 가격 변동 등을 고려해 자체 분석한 결과 터키의 연간 인플레이션이 지난 10일 기준 85%로 추산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커런시보드는 여러 전제 조건이 필요하지 않으며 빠른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 재정이나 국유기업, 무역 부문 개혁 등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행크 교수는 과거 70개국에 커런시보드가 도입된 바 있으며 실패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커런시보드는 1849년 영국 식민지 모리셔스에서 처음 도입됐고, 이후 1918년 러시아 내전 당시에도 도입된 바 있다. 이후 사례로는 레프(lev)화 붕괴와 인플레 급등으로 1997년 불가리아가 채택했다.

행크 교수는 1991년 4월 도입되고 2001년 12월 붕괴된 아르헨티나 통화 체제는 커런시보드가 아니라 달러 가치에 자국 페소를 연동하는 태환법(convertibility system)이라는 비정상적인 조치였다고 부연했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당장 오늘 30일 이내 커런시보드를 설치할 것을 발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1998년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이 커런시보드를 고려 중이라고 발표한 당일 루피아화 가치가 달러 대비 무려 28%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행크 교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커런시보드 채택을) 발표한다면 리라화가 급등하고 인플레는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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