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우성문 통신원 = 심각해지고 있는 외환위기에서 터키가 탈출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고정환율제, 자금 통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제시했다.

13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10일 16%의 폭락했던 터키 리라화는 이날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리라화는 무려 80% 넘게 내렸다.

외화로 표기된 터키 부채 부담, 높은 물가, 비정통적인 정책들 등이 모두 리라화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는 세계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켓워치는 현재 터키가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하지만, 지난 10일 터키 정부 대책이 리라화 하락을 막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터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방법이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터키가 취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으로 금리 인상을 들었다.

블루베이 에셋 매니지먼트의 팀 애쉬 신흥 시장 선임 전략가는 "정책 금리를 500베이시스포인트(bp) 올리고 에너지와 부동산, 건설 업계의 부실 대출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높은 금리에 대한 불만을 내비쳐 왔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는 '악마의 어머니'라고 비판한 바 있다.

터키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권한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되지만 지난 6월 재선에 성공한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이 중앙은행의 정책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BNY멜론의 사이먼 데릭 수석 환율 전략가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1일 분명하게 금리를 올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면서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내리지 않는다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IHS마르키트의 앤디 버치 이코노미스트는 "터키 중앙은행이 공격적인 정책을 펴지 않는다면 리라화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고 순 자본 유출 역시 이어질 것"이라면서 "순 자본 유입이 없이는 지급준비금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이는 터키가 경상수지 적자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터키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대신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낮춘다고 발표했다.

데릭 전략가는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은 일시적으로 시장을 진정시키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터키가 취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으로 고정환율제를 적용하는 것이 제시됐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스티브 한케 적용 경제학 교수는 "터키는 리라화 페그제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이는 환율 안정성을 돕고 터키가 금융시장에서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윈 틴 신흥 시장 통화 전략 부문 이사는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터키의 문제는 너무 광범위하고 복잡하다"고 반박했다.

터키가 취할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은 자본 통제다.

인터마켓전략의 아담 버튼 통화 관련 전략가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주말에 계속해서 터키국민들에게 자금을 국외로 유출하지 말 것을 부탁했지만, 이는 현재 터키가 별다른 옵션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방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을 기대하게 만들 수 있지만, 새로운 더욱 부정적인 뉴스 헤드라인이 나온다면 통제 방법이 나오기 전에 주된 엑소더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터키의 국내총생산(GDP)의 5%가 넘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중앙은행이 16%에 달하는 물가를 잡지 못한다는 점 등은 자본 유출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 위기가 이 정도 단계에 이르면 IMF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논의되곤 한다. 아르헨티나 역시 지난 6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바 있다.

애쉬 전략가는 "IMF의 도움을 받는 것 역시 옵션 중 하나지만 여전히 해답은 터키의 손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IMF에 도움을 받는 방법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IMF의 도움을 받는 것은 터키가 독립성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 바 있다.

버튼 전략가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는다면 세금이 올라가고 지출이 낮아질 수 있어 에르도안 대통령이 분명 반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터키가 스스로 취할 방법이 많지 않은데도 정치와 자존심 문제 등이 얽혀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sm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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