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3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돼 하락 마감했다.

미 국채 가격은 터키 경제 위기가 고조됐지만, 지난주 급등을 되돌리며 하락했다.

달러화는 계속되는 터키 외환위기에 상승했다. 장 초반 안전자산 쏠림으로 상승하던 달러화는 유로화 반등에 하락세로 돌아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듯했지만, 다시 상승세로 전환해 결국 고점을 높였다.

뉴욕 유가는 터키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와 미국 원유재고 증가 부담으로 하락했다.

시장 참가들은 터키 금융시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터키 불안이 유로존 은행이나 신흥국 불안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바짝 긴장한 상태다.

터키 중앙은행은 리라화의 법적 지급준비율을 모든 만기에서 250베이시스포인트(bp) 인하하는 등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다. 비핵심 외화부채 지준율의 경우 1년 이하와 2년 이하, 3년 이하 구간에서 400bp씩 인하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준율 인하 조치로 10억 리라(약 15억 달러)와 60억 달러, 금 유동성 30억 달러 등 총 100억 달러 이상의 유동성 공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 경제의 펀더멘털은 탄탄하다(Solid)"면서 "일부 사람들이 SNS를 통해 경제적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데, 처벌받을 것"이라면서 터키 내부에서도 확산하는 위기론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달러-리라 환율은 장 초반 7.1리라 선도 넘어서는 등 급등하다 중앙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등의 조치로 잠시 반락했다. 하지만 이내 상승해 7리라 선 내외에서 등락을 지속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의 대폭 인상 등 직접적인 조치가 아니라 여전히 여전히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실망감이 퍼졌다.

유동성 공급 조치 관련해서도 외화보다 리라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터키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아르헨티나 페소도 사상 최저치를 다시 쓰는 등 취약한 신흥국 통화의 불안도 심화했다.

페소화가 급락세를 보이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예정에 없던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0%에서 45%로, 5%포인트 올렸다.

이밖에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러시아 루블도 약세를 지속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5.44포인트(0.50%) 하락한 25,187.7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1.35포인트(0.40%) 내린 2,821.9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40포인트(0.25%) 하락한 7,819.71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주요 지수는 장 초반 오르기도 하는 등 지지력을 보이는 듯했지만, 터키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결국 하락세로 전환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진정되지 못한 가운데 은행주 등을 중심으로 불안이 커졌다.

국제유가가 이날 큰 폭 등락하면서 에너지주가 부진했던 점도 증시 약세 압력을 가중했다.

종목별로는 넷플릭스 주가가 데이비드 웰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임 소식으로 1.3%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일론 머스크 대표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비상장 회사화를 위한 논의를 했다고 밝힌 데 힘입어 0.3%가량 올랐다.

업종별로는 헬스케어 분야를 제외한 전 업종이 내렸다. 에지가 1.22% 하락해 가장 부진했고, 금융주는 1.01% 하락했다.

이날은 주요 지표 발표가 없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터키 시장의 불안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노스웨스턴 무츄얼 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렌트 슈테트 수석 투자 전략가는 "터키 시장 불안이 신흥국 시장 전반에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런 현상으로 우리가 더 불안정한 시점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9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93.6%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2.31% 급등한 14.78을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1.8bp 오른 2.877%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에 7.6bp 급락하며 7월 3일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 폭을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일보다 1.2bp 상승한 2.612%를 나타냈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8bp 상승한 3.045%를 나타냈다.

지난주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5bp, 10년 만기는 9.4bp, 30년 만기는 7.6bp 떨어졌다. 5월 25일 주간 이후 가장 큰 내림세였다.

10년물과 2년물의 가격 격차는 전장 25.9bp에서 이날 26.6bp로 확대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국채 값은 터키 경제에 대한 우려로 상승하다 하락세로 전환했다.

터키 위기가 미국 경제에 제한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최근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의 급격한 쏠림이 완화됐다.

연방 크레딧 유니언의 크리스토퍼 설리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많은 투자자가 터키에 직접적인 익스포져가 없는 선진 경제에는 큰 고통을 주지 않을 것이어서 우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터키 문제가 미국 경제에 문제를 일으키리라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포트 글로벌증권의 톰 디 갈로마 디렉터는 "일부 투자자들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곧 긴축적인 재정,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은 터키에 장기간 억류돼 있던 목사가 곧 석방할 것이라는 루머도 돌았다. 이렇게 되면 터키의 외교적 입지에 도움이 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도 원활해질 것이라는 시장 관측도 나왔다.

여기에 새로 발행된 기업의 회사채를 사기 위해 국채 일부를 정리했다는 시장 관측도 나왔다. 터키 정부의 잇따른 조치에도 터키 외환시장 불안은 지속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은행권이 필요한 만큼의 유동성을 모두 공급하겠다며 긴급 유동성 조처를 내놨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유동성 공급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레딧사이츠의 리차드 브리그 선임 연구원은 "놀랍게도 터키 중앙은행은 아직 금리 인상을 하지 않았다"며 "현재 단계에서 금리 인상 자체가 시장 붕괴를 막는 데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한 걸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그 연구원은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주말에도 금리 인상 전망에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SEI 인베스트먼트의 신 심코 글로벌 채권 대표는 "지정학적 논의, 무역 전쟁, 터키 위기 등으로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였다"며 "이런 영향으로 일부 매도자들이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터키에 대출을 해줘 리라와 터키 자산에 익스포져가 큰 유럽 은행들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리라 약세가 심해질수록 대출을 해간 터키 대출자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이 여파로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1bp 뛰어오른 3.098%를,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수익률은 4.5bp 오른 1.391%를 나타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0.63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10.81엔보다 하락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397달러에 움직여 전일의 1.1406달러보다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6.08엔을 기록, 전장의 126.39엔보다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지수는 0.05% 상승한 96.361을 기록했다. 장중 시장 참가자들의 이익 실현에도 96선은 계속 웃돌았다.

터키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공급 정책에도 리라화 하락이 멈추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은 위험 통화를 팔고 안전 통화를 사들였다.

피난처인 달러와 엔화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터키 익스포져가 많은 유로존 은행에 대한 경고로 유로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엔화는 달러 대비 6주래 최고치를, 유로화는 13개월래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분석가들은 대부분의 유로 약세는 달러 강세 때문이며 터키 추락에 따른 유럽 은행 충격도 일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대형 은행들의 익스포져 역시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베츠텔 외환 이사는 "유로가 중요 레벨인 1.15달러를 뚫고 내려와 1.1370달러가 기술적으로 중요한 지지선"이라며 "만약 이 선이 깨지면 저점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베츠텔 이사는 "현재 시장에서는 달러와 엔, 프랑을 보유하고 싶어한다"며 "안전 통화에 대한 사자는 계속될 것이고 유로는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는 "유로화가 계속해서 약세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며 "유로존 위기를 겪었을 때도 유로화 하락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위스 프랑 역시 유로 대비 1년래 최고치로 상승했다. 다만 달러와 비교해서는 거의 변동이 없다. 프랑은 통상적으로 시장 위기 때 투자자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이머징마켓 통화는 터키 외환시장 위기 전염 우려로 추가 하락했다.

달러 대비 남아프리카의 랜드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로 내렸고, 멕시코 페소는 최근 1개월 동안 가장 낮았다. 아르헨티나 페소와 인도 루피 역시 역사적 저점을 다시 썼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페소 가치가 계속 하락하자 긴급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5%로 5%포인트 인상했다.

터키 리라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끝에 소폭 반등했다. 이날 달러-리라는 사상 처음으로 7리라를 웃돌다가 6.9482리라에 거래됐다.

터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고 리라와 외환 지준율을 인하키로 했다. 터키 재무장관은 정부가 투자자 우려를 경감하기 위한 경제 실행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유럽중앙은행(ECB)의 터키 익스포져가 높은 유럽 은행들에 대한 경고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두 배 인상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터키와 미국 관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울리치 레우츠만 외환 전략가는 "시장의 큰 공포가 이머징마켓의 전면적인 위기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우츠만 전략가는 일부 국가의 탄탄한 경제적 상황에도 엄청난 투매로 몰아넣었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언급하며 "많은 이머징마켓 중앙은행이 과거 몇 년간 금리 인상을 한 뒤 투자자 신뢰를 얻은 만큼 시장 펀더멘털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SSGA 아론 허드 선임 매니저는 "이번 전염이 발생하고 있는 동안에도 다른 이머징마켓 위기와 비교했을 때 시장은 더 조용한 편이다"고 지적했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43달러(0.6%) 하락한 67.2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터키발 신흥 시장 불안과 미국 재고 관련 지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등을 주시했다.

터키 리라화가 이날도 큰 폭의 약세를 이어가면서 원유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신흥통화 불안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점도 유가에는 하락 요인이다.

미국의 재고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유가를 압박했다.

정보제공업체 젠스케이프에 따르면 지난 10일로 끝난 주간의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의 원유재고가 140만 배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재고 수치 정보가 전해지자 WTI는 장중 한때 7주래 최저치인 배럴당 65.71달러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OPEC의 7월 보고서도 유가 하락을 자극했다. OPEC에 따르면 7월 회원국의 산유량은 하루평균 4만1천 배럴 늘었다. 관심이 집중됐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은 5만3천 배럴 감소했다.

또 사우디가 OPEC에 자체적으로 보고한 산유량 수치에서는 7월에 하루평균 20만 배럴 감소했다.

지난 6월 산유국 증산 합의에도 OPEC 산유량이 미미하게 증가한 것이지만, 사우디 산유량 감소 소식이 보고서 발표 이전 알려지면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반면 OPEC이 내년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한 점이 유가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OPEC은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치를 지난달 전망보다 하루평균 13만 배럴 하향 조정했다.

하락 재료가 부상하면서 유가가 7주래 저점을 찍었지만, 이후 시장에서는 빠른 반등세를 보이는 등 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에 따른 이란 원유 수출 감소 전망 등이 여전히 유가에 지지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연구원은 "원유시장에 매우 많은 변수가 있는 상황이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 문제"라면서 "이란의 수출이 하루평균 100만 배럴 이상으로 줄어들면 현재의 취약한 수요 공급 균형이 뒤바뀔 수 있고, 유가는 5월의 고점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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