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카드사 최고경영자(CEO)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업계 최고 수준의 혜택을 담은 일명 '사장님 카드'가 인기몰이 중이다.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 감소 등으로 카드사 수익성이 나날이 떨어지는 가운데 이 상품이 마케팅 과당경쟁을 일으키는 주범이라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선보인 '딥드림카드'는 220만 장(10일 기준) 발급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22일 판매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100만 장을 돌파하는 등 2007년 창사 이후 가장 빠르게 가입자 증가세를 보였다.

딥드림카드는 임영진 사장이 취임 후 야심 차게 준비한 1호 카드로, 국내 최고 수준의 가성비가 흥행 비결이다.

연회비가 8천 원임에도 전월 이용실적에 상관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최대 0.8% 기본 적립이 가능하고, 당월 가장 많이 사용한 영역에서는 최대 3.5%까지 적립할 수 있다.

우리카드가 올 3월 출시한 '카드의 정석 POINT'도 82만5천 장이 발급됐다.

전월 실적이 30만 원을 넘으면 모든 업종에서 한도제한 없이 기본적으로 0.8%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이동통신·대중교통·커피·백화점·대형할인점 등에서의 적립률은 최대 6배까지 높였다.

이들 상품이 '사장님 카드'로 불리는 이유는 각 카드사 CEO들이 상품 기획 단계부터 직접 진두지휘하며 영업 방침과 경영 철학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CEO의 이름을 내건 만큼 해당 카드사의 대표카드로 각인되기 쉬워 기존 다른 상품에 비해 더 좋은 혜택을 담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장님 카드는 모든 가맹점에서 0.7%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현대카드 제로'보다 0.1%포인트 높인 0.8%를 제시, 마케팅경쟁에 불을 붙인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4월 롯데카드가 선보인 'I'm(아임) 카드'도 김창권 대표 이름을 딴 사장님 카드의 후발 주자로 혜택 구성 등이 신한·우리카드와 비슷하다.

한 은행계 카드사도 사장님 카드 출시를 검토했으나 비용 등이 과도하게 많이 들고 CEO 이름을 딴 카드가 막상 잘 팔리지 않을 경우 체면을 구길 수 있는 리스크 등을 우려해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사장님 카드에만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쏟으며 혜택을 몰아주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수익 대비 지출이 큰 부가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나머지 카드 상품의 혜택은 축소하는 부작용이 생길 뿐 아니라 카드사 전체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EO의 이름을 내건 만큼 단기간에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집착에 빠질 수 있고, 고객 유치 경쟁에 열을 올려 제 살 깎기 식 출혈경쟁을 불러일으킨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개 전업계 카드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과도한 마케팅을 지양하고 결제 과정을 효율화하는 등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도 카드사 임원들을 불러 일회성 마케팅을 가급적 중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등으로 업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싶어도 카드사 전체가 나서지 않는 이상 힘들다"면서 "당국에서 워낙 비용 지출에 관심을 두고 있다 보니 상품이 잘 팔려도 좋아하지 못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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