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터키 금융시장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금융혼란을 겪자 우리 외환 당국이 근접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터키와 관련된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크지 않아 영향은 제한되겠지만, 신흥국 또는 유로화 경로를 타고 원화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었다.

터키 중앙은행이 내놓은 유동성 조치에 대한 시장 영향을 비롯해 터키에서 촉발된 신흥국 불안이 어느 정도까지 확산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였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가 터키 경제의 불안정성으로 영향받는 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익스포저가 많지 않다. 더 긴밀하게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 문제는 국제적 움직임과 연동해서 같이 동조화하고 있어서 크게 문제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필요하다면 시장 안정조치를 단호히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터키의 금융과 무역의존도는 대부분 유럽에 집중돼 있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국내 금융권의 대(對) 터키 익스포저는 3월 말 기준 12억2천만 달러다. 터키 현지에는 KEB하나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사무소 형태로 진출해 있다.

교역 부문에서 터키는 우리나라의 16대 수출 대상국이다. 작년 대터키 수출은 1.1%(66억 달러), 수입은 0.17%(8억1천만 달러) 비중이었다.

국내 기업들의 터키 투자 규모는 작년 말 누계로 23억 달러로 집계됐다.

외환 당국은 대터키 익스포저 때문에 원화가 출렁일 가능성은 작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특성상 투자 심리가 쏠리거나 대규모 자본이동이 시작될 가능성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주의하고 있었다.

터키 리라화가 폭락하자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아르헨티나 페소, 러시아 루블 등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원화는 신흥국 통화 가운데서도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우수한 편이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시장 불안이 전이된다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외환 당국은 이런 상황에 중점을 둔 채 '너무 우려할 필요도 없지만, 낙관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국은 터키의 외채 동향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터키의 지난 6월 기준 외환보유액은 755억 달러로, 연초 대비 144억 달러 줄었다.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민간 부문의 단기 외채는 총 373억 달러인데, 하반기 예상되는 경상수지 적자 (470억 달러 이상 추정)를 고려하면 외환보유고가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

KB증권은 미국 경제제재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하고, 터키 리라화 약세로 외채 부담이 커지면 채무불이행(디폴트)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국이 주목하는 포인트는 터키 정부의 대책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쓰지 않고, 기준 금리도 대폭 올리지 않는 터키 수뇌부의 생각도 고려 대상이라는 얘기다.

전일 터키 중앙은행은 유동성 관리 대책을 비롯해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도 내놓았다.

외화예금 한도를 상향하고, 외화예금시장에서 중앙은행이 은행 간 중개 역학을 재개하는 등의 외화 유동성 관리 대책은 시장으로부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리라화 지급준비율을 모든 만기에서 250bp 인하하고 비핵심 외화부채 지급준비율은 최대 400bp 내리는 등의 리라화 유동성 조치는 시장을 헷갈리게 했다.

기준 금리를 대폭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TD증권은 금리 인상이 없는 한 위기 발생의 우려가 증대될 것이라며, 정책금리가 현 17.75%에서 최소 30%까지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외환 당국 고위 관계자는 "터키 중앙은행의 대책이 나와서 일부 안정된 측면도 있지만, 상황을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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