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국토교통부가 14일 잇단 화재사고로 논란이 된 BMW 리콜대상 차량에 대해 점검명령과 함께 운행정지명령을 요청했다.

국내에서 리콜이나 차량결합과 관련해 정부가 운행정지 요청을 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바야흐로 사상 초유의 운행정지 요청인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최고급 자동차로 인식됐던 BMW의 신뢰성 훼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들어 잇따라 전개되는 BMW 차량의 화재로 소위 BMW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확산됐다. BMW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 결함에 따른 리콜과 함께 긴급안전진단을 시행하고 있으나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 39대 가운데 리콜대상이 아닌 차량은 상당수다.

BMW는 최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원인 자체 조사결과를 내놓았음에도 불신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그동안 BMW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던 데다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가 사고 원인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한국에서만 엔진화재 사고가 집중되는 것에 대해 답을 내놓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는 자동차를 팔면 그만'이라는 기존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 관행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위 프리미엄 자동차에 걸맞은 고객서비스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초유의 운행정지요청으로 신뢰성에 금이 간 것은 BMW만이 아니다.

BMW의 연쇄 화재사고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국토부의 늑장대응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토부가 보여준 행동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논란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7월까지 BMW 차량에서 27건의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리콜 등의 조치를 미뤄왔다.

이번 국토부의 운행정지요청을 두고 결과적으로 증폭되는 국민과 소비자의 불만을 잠시 진정시키기 위한 코스프레 정도로 해석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토부의 입장에서 이번 운행정지요청은 십분 당연한 결정이다. 그러나 운행정지요청을 놓고도 국토부가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거나 강제하기 어렵다는 등의 발언을 내놓아 소비자의 혼란을 더하기도 했다.

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국토부가 납득할 만한 사후조치를 취하라"고 질책한 뒤에야 실무부처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긴급 브리핑에서 긴급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에 대한 운행중지 명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뤄질 운행정지요청에 불응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도 의문이다.

실제 점검명령이 발동되면 차량 소유자는 즉시 긴급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해당 차량은 안전진단을 위한 목적 이외에는 운행이 제한된다. 다만, 정부도 운행중지 명령에도 차량을 운전한 소유자에게는 단속보다 계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BMW 차주는 "국토부의 운행정지명령은 차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차량을 대상으로 하나 차량 전반에 대한 혐오나 기피현상만 커질 것"이라며 "최근엔 주차금지 구역도 늘었고, 앞으로 안전점검이나 리콜을 마치더라도 차량운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렌트 제공 등 대차도 여의치 않아 결국 차주들만 정신적·실질적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피해에 대해서도 BMW가 조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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