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시장 강세론자들이 강력한 미국 물가 상승 압력에도 꿈적하지 않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향후 10년간의 물가 기대 심리를 보여주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는 지난 주 후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에도 2.1% 수준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7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2.4% 올랐다. 지난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와 관련, BMO의 이안 린젠 미국 금리전략 총괄은 "시장은 경기 후반 순환 주기의 물가 상승세가 너무 약하고 너무 느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 기대감이 꺾이며 물가연동국채 보유자들도 손해를 보고 있다. 아이쉐어 TIPS 채권(iShares TIPS Bond) 상장지수펀드(ETF)는 꾸준한 자금 유입에도 수익률이 올해 들어 마이너스(-) 2%에 머물렀다.

인플레 지표와 다른 채권시장의 반응은 수수께끼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마켓워치는 설명했다. 실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근원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진입하며 금리인상 우려가 커졌고,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을 벗어나려 했다.

마캣워치는 "그러나 채권 강세론자들은 무역전쟁 우려를 계기로 힘을 받았다"며 "패닉에 빠진 트레이더들이 국채 금리를 끌어내리게 된 터키의 외환 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한 주간 9bp가량 하락하며 주간 단위로 지난 5월말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채권을 매수하는 세력이 적절한 이유로 인플레이션을 고려치 않는다고 평가했다. 7월 물가지표를 향후 인플레이션의 경고 신호로 보기보다는 물가 주기의 고점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는 얘기다.

마켓워치는 "7월 물가 급등의 대부분 원인이 몇 개월 내로 감소할 수 있는 일회성 요인인 이유도 있다"며 "근원 소비자물가의 4분의 1은 중고차와 항공기 부품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시에테제네럴의 오마르 샤리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고차와 항공기 등 일시적인 물가 상승 압력 일부가 사라지고, 근원 인플레이션 속도는 완만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FTN 파이낸셜의 짐 보겔 이자율 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제한적인 움직임을 고려할 때 여름철 물가 반등세는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 6월 근원 PCE 상승률은 0.1%로, 최근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보겔 전략가는 "7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급등세는 정상적인 것이라기보다 차라리 예외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채권 강세론자들은 설사 인플레이션이 통제 범위 밖으로 급등한다고 하더라도 연준의 제한적인 금리인상으로 물가 상승세는 안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올해 한 차례 또는 두 차례의 금리인상 등은 경제 활동에 완충 역할을 하며 장기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얘기다.

ywk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