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터키 불안과 미국 원유재고 증가가 겹치며 큰 폭 하락했다.

1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03달러(3.0%) 급락한 65.0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6월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터키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와 달러 강세, 미국 재고 지표 등을 주시했다.

터키 리라화의 가파른 약세가 다소 잦아들었지만, 터키 시장을 둘러싼 불안은 한층 심화했다.

터키 정부는 이날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20%로 올리는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대폭 인상했다.

미국이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두 배 올린 데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터키 법원은 또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을 재차 거부했다.

브런슨 목사 구금은 미국과 터키가 격한 마찰을 겪게 된 중요한 원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산 전자제품 보이콧을 주장하는 등 미국과 대결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로,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할 것이란 우려를 자극했다.

리라화의 약세가 다소 주춤한 것도 당국이 은행의 스와프 거래 한도 제한 등 거래 규제 조치를 내놓은 영향 때문이지, 터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놔왔다.

이날 카타르가 터키에 150억 달러 지원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반면 아르헨티나에 이어 인도네시아가 자국 통화 약세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홍콩과 인도 등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등 터키 불안이 다른 신흥국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은 위험회피 심리를 한층 강화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한때 33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등 큰 불안을 노출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도 한층 커졌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가 1999년 이후 약 20년 만에 최저치인 5.5% 증가 수준에 그친 점 등이 중국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에 따라 구리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재고가 예상과 달리 증가한 점은 유가의 하락 압력을 한층 가중했다.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가 680만5천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원유재고가 240만 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봤었다.

지난주 미국 원유 수입이 하루평균 100만 배럴 증가했지만 수출은 25만 배럴 줄었다.

또 8월 이후 중국 기업의 미국 원유 수입이 아직 한 건도 없다는 소식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투자 심리의 위축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엑셀 퓨처스의 마크 웨고너 대표는 "투자자들이 터키 문제와 무역전쟁의 전염에 대해 다소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jw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