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5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터키 불안 전염 우려가 커지며 큰 폭 하락했다.

미 국채 가격은 이머징시장의 위기 확산 공포에 상승했다.

달러화는 터키 공포가 다시 커지며 엔화에 대해서는 하락했으나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 유가는 터키 불안과 미국 원유재고 증가가 겹치며 큰 폭 하락했다.

터키 정부는 이날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20%로 올리는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대폭 인상했다. 터키 법원은 또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을 재차 거부했다.

브런슨 목사 구금은 미국과 터키가 격한 마찰을 겪게 된 중요한 원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산 전자제품 보이콧을 주장하는 등 미국과 대결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내비치는 가운데 나온 조치로,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할 것이란 우려를 키웠다.

달러-리라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5.8리라대까지 내리는 등 가파른 상승세(리라 약세)는 멈췄다.

하지만 리라화 반등은 당국이 은행의 스와프 거래 한도를 은행 지분의 25%까지로 추가로 낮추는 등 직접적인 거래 규제를 강화한 탓이지, 불안 요인이 해소된 영향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카타르가 이날 터키에 150억 달러 경제 지원을 약속한 점은 일시적으로 리라화에 강세 재료로 작용했지만, 영향이 지속하지는 못했다.

반면 아르헨티나에 이어 인도네시아가 자국 통화 약세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홍콩과 인도 등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등 터키 불안이 다른 신흥국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은 투자 심리를 억눌렀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양호했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미 상무부는 지난 7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5% 늘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0.1% 증가였다. 전년 대비로는 6.4% 상승했다. 탄탄한 소비 증가 추세가 확인됐다.

미 노동부는 2분기 비농업 생산성 예비치가 전 분기 대비 연율 2.9%(계절 조정치) 상승했다고 밝혔다. 2분기 상승률은 3년여 동안 가장 높다. 시장의 기대치는 2.4% 상승이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8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도 전월의 22.6에서 25.6으로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는 20.0이었다.

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7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0.1%(계절 조정치) 늘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전망치 0.3% 증가에 못 미쳤다.

6월 기업재고는 전달대비 0.1%(계절 조정치) 늘어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웰스파고에 따르면 8월 주택시장지수는 67로, 전월의 68에서 소폭 하락했다. 시장 예상과는 부합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7.51포인트(0.54%) 하락한 25,162.4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1.59포인트(0.76%) 내린 2,818.3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96.78포인트(1.23%) 하락한 7,774.12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 참가들은 터키 금융시장 불안과 신흥시장으로의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 경기에 둔화 가능성도 주가 하락 압력을 더했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가 약 20년 만의 최저치인 5.5% 증가에 그친 점이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여기에 중국의 대표적인 IT기업 텐센트가 이날 시장 예상보다 부진한 2분기 실적으로 내놓으면서 주가가 큰 폭 하락하는 등 불안 요인이 겹쳤다. 텐센트 주가 하락은 기술주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또 미국 대표적인 백화점인 메이시스의 주가도 2분기 매출 부진으로 16% 폭락하며 유통주의 불안을 자극했다.

이밖에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미국 재고 증가 등을 이유로 3% 폭락하는 등 주가 약세 요인이 여러 방면에서 제기됐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300포인트 이상 급락기도 했다. 다만 장 후반에는 낙폭을 줄였다.

미 경제방송 C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철도나 파이프라인 등 공공 인프라 사업에도 미국산 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바이 아메리카' 행정 명령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소식도 장 후반 주가 반등에 일조했다.

종목별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발언 조사 관련해 소환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으로 테슬라 주가가 2.6% 내렸다.

업종별로는 유가 폭락으로 에너지주가 3.51% 내려 가장 부진했다. 글로벌 경기 및 무역 둔화 우려로 재료 분야도 1.55% 하락했다. 기술주는 1.07% 내렸고, 유통주가 집중된 임의 소비재 분야도 1.22%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터키 불안의 신흥국 전이 조짐을 우려했다.

크레셋 웰쓰의 잭 알빈 공동창업자는 "어제 다소 안도하긴 했지만, 불안의 전염 효과가 다소 있는 것 같다"며 "상품 가격이 하락했고, 통화도 약세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9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96.0%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9.99% 상승한 14.64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4.1bp 내린 2.852%를 기록했다. 지난달 19일 이후 가장 낮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일보다 2.9bp 하락한 2.604%를 나타냈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3.5bp 떨어진 3.024%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의 가격 격차는 전장 26.0bp에서 이날 24.8bp로 축소됐다. 장기물 국채수익률이 더 많이 내리면서 수익률 격차는 2007년 이후 가장 좁혀졌다.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추가 긴축이나 경제 성장 약화를 우려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중국과 유럽, 미국 등 주요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상품 가격이 급락하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다시 짙어졌다.

아르헨티나에 이어 인도네시아도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인도와 홍콩 중앙은행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등 터키 외환위기로 이머징국가들이 잇따라 긴급 조치에 나서 위기감은 고조됐다.

미국과 터키의 관계는 더욱 나빠졌다.

터키는 러시아와 이란 등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등 반미 공조를 강화했다.

터키와 미국의 긴장은 커졌지만, 최악의 흐름을 보였던 터키 리라화는 매도세가 잦아들며 이틀째 반등했다.

MUFG의 크리스 루프키 경제학자는 "통화가 약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힘들어지고, 정부와 통화 정책당국은 시장과 기업의 신뢰를 되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강했지만, 오히려 국채 값은 추가 상승했다.

7월 소매판매는 시장 예상보다 큰 폭 증가하며 탄탄한 소비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 2분기 미국의 비농업부문 노동 생산성은 2.9% 상승해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역의 제조업 활동 역시 25.6으로 상승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오마이어 샤리프 경제학자는 "7월 소매판매가 2분기 강세가 3분기 초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힌트를 줬다"며 "2분기 생산성은 강했지만, 일시적인 것이며 지속적인 확대 신호는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BMO캐피탈의 전략가들은 "미국의 강한 펀더멘털은 이날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이 아니었다"며 "터키와 상품가격, 위안화와 위험자산의 추가 하락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에 집중해 미 국채 매수를 줄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0.68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11.20엔보다 하락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344달러에 움직여 전일의 1.1345달러보다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5.56엔을 기록, 전장의 126.16엔보다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지수는 0.04% 상승한 96.706을 기록했다. 장중 14개월래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으며 이번 주 0.4% 올랐다.

터키 리라화는 반등했지만 다른 이머징국가들로 위기감이 번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는 이어졌다.

미국 경제지표가 강해 다음 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점 역시 달러 강세를 이끌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할수록 터키 익스포져가 큰 유럽 은행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유로화는 달러는 물론 일본 엔, 스위스 프랑 등에도 약세를 보인다.

유로-달러는 2017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파운드-달러 역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은행의 바트 와카바야시 매니저는 "터키 붕괴를 본 뒤 결과적으로 다른 이머징국가로 전염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에 달러의 안전 피난처로서 입지가 훨씬 더 강해졌다"며 "위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돈을 넣어두고 싶다면 달러는 계속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7.2리라까지 치솟았던 달러-리라는 이날 5.9090리라에 거래됐다. 6리라대에서 공방을 벌이던 환율은 이틀 연속 내려 5리라대로 돌아왔다.

터키의 은행 스왑거래 제한 등에다 터키 재무장관은 오는 16일에 국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 콜을 연다는 소식에 투자 심리가 다소 회복됐다. 또 카타르가 터키에 150억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다만 터키는 미국 상품에 관세를 올려 미국의 2배 관세 부과 방침에 보복 관세로 맞섰고, 러시아와 이란 등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등 반미 공조를 강화했다.

미국과 최악의 불화 원인인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 역시 터키 법원에서 재차 거부돼 관계는 나빠졌다.

FXTM의 자멜 아흐메드 글로벌 외환 전략 대표는 "터키가 미국 상품에 관세를 늘렸는데도 리라가 올랐다"며 "트럼프 정부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IIF는 "리라의 매도세가 과도해 적당한 가치를 훨씬 밑돌았다"며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를 고려할 때 달러-리라는 5~5.50리라가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코메르츠방크의 마리아 레이첼 외환 분석가는 "미국 국채의 매력적인 금리 수준이 달러 수요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정상화 노력에 대한 의구심이 더해져 현재로써는 유로-달러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레이첼 분석가는 "터키의 경제 위기가 ECB의 정상화 계획을 더 늦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NZ 마켓의 닉 심스 전략가는 "영란은행(BOE)이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영국 경제지표가 좋아도 브렉시트 우려 때문에 경제는 뒤로 밀려나 있다"고 지적했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03달러(3.0%) 급락한 65.0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6월 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터키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와 달러 강세, 미국 재고 지표 등을 주시했다.

터키 리라화의 가파른 약세가 다소 잦아들었지만, 터키 시장을 둘러싼 불안은 한층 심화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도 한층 커졌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가 1999년 이후 약 20년 만에 최저치인 5.5% 증가 수준에 그친 점 등이 중국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에 따라 구리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재고가 예상과 달리 증가한 점은 유가의 하락 압력을 한층 가중했다.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가 680만5천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원유재고가 240만 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봤었다.

지난주 미국 원유 수입이 하루평균 100만 배럴 증가했지만, 수출은 25만 배럴 줄었다.

또 8월 이후 중국 기업의 미국 원유 수입이 아직 한 건도 없다는 소식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투자 심리의 위축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엑셀 퓨처스의 마크 웨고너 대표는 "투자자들이 터키 문제와 무역전쟁의 전염에 대해 다소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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