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저축은행중앙회장 후임 자리를 놓고 벌써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현 정부에서 민간 출신 금융협회장 선임 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지 가늠할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자리인 만큼 '지키려는 자(민간 출신)'와 '뺏으려는 자(관료 출신)' 간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16일 금융당국 및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오는 10월께 회장추천위원회를 열고 후보 추천 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추위는 후보 적격성 검사 등을 통과한 후보를 대상으로 '숏리스트'를 선정하고, 과반 이상이 참석한 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받은 후보가 단독후보로 선출된다. 이후 단독후보가 정식 입후보하면 중앙회 회원사 대표들이 투표를 거쳐 최종 선임하는 구조다.

금융협회는 민간 이익단체지만 협회장을 뽑을 땐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해 왔다. 겉으론 회원사들의 자율적으로 후보를 선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출신 인사가 적합한 것 같다'는 사인을 내려보내거나 아예 특정 후보를 찍어주는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금융협회장은 지금까지 줄곧 관료 출신 인사들이 맡아오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모두 민간 출신들로 채워졌다.

저축은행중앙회도 1994년 곽후섭 전 한남상호신용금고 대표 이후 처음으로 민간 출신 이순우 회장을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 같은 분위기는 옅어지고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추세다.

손해보험협회에 장관급 출신인 김용덕 전 금융감독원장이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고, 은행연합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도 민간 출신이 선임되긴 했지만, 당초 관료 출신 '올드보이' 인사를 밀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방향을 튼 것에 불과하다.

때문에 저축은행중앙회장 역시 얼마든지 관료 출신 인물들이 막판 하마평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는 민간 출신이라는 이름표는 달고 있지만, 정치권 인맥이 두텁거나 관에도 가까운 인물이 선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 역시 민간 출신이긴 하지만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우리은행에서 37년간 근무한 은행맨으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문이고 청와대 실세들과 성대 동문이라는 점 등이 부각됐다.

금융권에선 벌써 기재부 출신 인사가 대기하고 있다, 감사원에서 점찍어 놓은 인물이 있다는 등 소문이 나돌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2인자인 전무 자리에 금감원 출신이 오면서 회장은 더 센 곳에서 온다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구체적으로 실명이 나올 시기가 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를 살펴보는 차원에서 일부러 말을 흘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특히 저축은행중앙회는 아직 진정한 업계 출신의 회장을 배출한 적이 없다. 외국계 자본, 대부업계 출신, 은행계 저축은행, 지방에 거점을 둔 소형 저축은행까지 저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각자 이익을 대변해줄 사람을 찾다 보니 공통 후보를 뽑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회장 선출 당시 전 SBI 저축은행 부회장이 단독 지원했지만, 회원사 간 의견이 갈려 후보 등록이 무산된 바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민간 출신 회장을 선출할 때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자신 없어 하는 눈치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약탈적 금리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출신 회장 와서 업계를 대변하는 의무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면서 "한편으로 보면 당국 눈치 보느라 제대로 말도 못하는 민간 출신이 오는 것보다 힘 있는 관 출신 인물이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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