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숏·숏 숏츠…아인혼과 머스크의 공매도 기싸움
<뉴욕은 지금> 숏·숏 숏츠…아인혼과 머스크의 공매도 기싸움
  • 곽세연 기자
  • 승인 2018.08.16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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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월가에서 때아닌 짧은 반바지(숏 숏츠·short shorts)가 화제다.

그린라이트 캐피탈의 데이비드 아인혼 창업자는 최근 트위터에 사진 한 장과 함께 짤막한 글을 올렸다.

"숏츠를 보낸 일론 머스크에게 감사한다. 그는 자신의 말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그런데 보내온 숏츠에 일부 제조상 결함이 있다"









아인혼.

그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넉 달 전인 2008년 5월 리먼의 회계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리먼이 피산하면서 아인혼의 투자 전략은 들어맞아 단번에 헤지펀드 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리먼 파산 이후 아인혼의 영향력은 급속히 커져 전설적인 투자자로 통하는 워런 버핏, 칼 아이칸과 아인혼을 비교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2012년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인혼이 TV 인터뷰, 투자자 콘퍼런스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종목에 대해 언급하면 주가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조사한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나쁘게 말하면 주가는 13일 후에는 13%까지 하락하기도 했고, 긍정적 평가를 하면 한 달 동안 10% 오르는 등 아인혼의 입에 따라 주가는 요동쳤다. 그의 '말'이 갖는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인혼드(Einhorned)라는 말이 생길 지경이었다.

물론 신통력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

아인혼은 올해 반성문 비슷한 편지를 투자자들에게 보내야 했다. 유난히 나쁜 투자 성적표로 자금 유출세가 거세져서다. 그래도 아인혼은 아인혼이다.

상대로 지목한 일론 머스크는 최근 월가의 '문제아'로 꼽히는 테슬라의 대표다. 테슬라 지분 20%가량을 보유한, 억만장자인 아인혼에 절대 밀리지 않는 테슬라 오너다.

그는 상장사인 머스크 주식을 공개 매수해 비상장사로 만들겠다는 깜짝 발표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공정공시 위반, 확정되지 않은 자금 조달 등 여러 논란을 남긴 이 발표도 공교롭게도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했다.

아인혼의 이 숏츠 트위터는 머스크의 제안에 답하는 성격을 가진다.

머스크는 지난 1일 트위터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혼에게 숏 숏츠 한 상자를 보내겠다고 썼다. 숏 숏츠는 숏 셀링(공매도)을 일삼는 숏 세력을 비꼬는 말로 시장에서 회자됐다.

사실 아인혼이 받은 이 숏츠들은 머스크가 보낸 것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의 한 온라인 의류업체가 보낸 것이었다. 한 뼘짜리 5.5인치 반바지들이다.

이 회사는 아예 마케팅 수단으로 삼으려는 건지, 머스크가 원한다면 공매도 세력에게 계속 숏츠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을 넣으며 "멋지다"고 대응했다.

아인혼이 보내온 쇼츠에 결함이 있다고 한 것은 지난해 10월 "부적절하게 테스트 된 위험한 제품을 내놨다"고 혹평한 것과 연관이 있다.

아인혼은 테슬라의 생산 차질과 결함, 리콜이 빚어진 점등을 거론하며 테슬라를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거품 바구니에 포함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테슬라 공매도 세력의 대표 주자가 된 것이다.

이때부터 아인혼과 머스크의 기 싸움은 시작됐다.

아인혼은 테슬라의 모델S 리스 계약을 끝낸 것이 행복하다고 썼고, 머스크는 이런 선택이 비극적이라며 선물로 숏 숏츠를 주겠다고 했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죽기를 바라는 조직'으로 경쟁사와 함께 월스트리트의 공매도 세력을 꼽을 정도로 숏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비상장 회사 전환 계획에서도 머스크는 "테슬라가 공매도 세력으로부터 무자비한 비판을 받았고 주가가 마구잡이로 출렁거리는 대상이 됐다"며 "숏 세력의 부정적인 선전도 끝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테슬라는 공매도 잔고가 가장 많은 미국 상장사 중 하나다.

이 두 거물이 주거니 받거니 한 농담(The short's short short-shorts joke)에는 뼈가 있다. 공매도를 당하는 입장과 공매도를 하는 쪽이 서로 웃으면서 상대를 조롱한 것이다.

공매도를 당하는 상장사나 오너들은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려 주가를 조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발한다. 공매도하는 쪽은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고려한,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선진 매매기법이라고 주장한다.

무리수를 둬 가면서까지 공매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머스크가 꿈꾸는 대로 성공적인 공개매수를 통해 테슬라가 자진 상장폐지로 갈지 두고 볼 일이다.(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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