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터키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월가의 대형 헤지펀드 등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은 지난주 말과 이번 주 초 터키 리라화 가치가 지난 몇 년 사이의 어떤 통화보다도 크게 폭락하면서 터키의 자금조달 비용도 급등하게 됐고 일부 대형 투자자들도 쓴맛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터키 국채를 보유한 해외 투자자 중 투자액이 가장 큰 블랙록은 특히 피해가 컸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블랙록의 58억달러 규모 액티브 펀드인 '신흥시장 현지통화 채권펀드(EMLCBF)'의 경우 이번 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7.1%나 하락했다.

해당 펀드는 7월 말 기준으로 전체 포트폴리오 중 터키 국채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7.6%에 달했다.

특히 리라화 표시 채권의 비중이 전체 포트폴리오 중 5.5%에 이르는 만큼 터키 통화의 가치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리라화 표시 채권에 대한 벤치마크의 비중은 5%였다고 WSJ은 전했다.

이 펀드는 리라화 자체에 대한 포지션도 벤치마크보다 더 컸다. 블랙록은 지난주 리라화 투매 현상이 나타나기 전 리라화 익스포저를 부분적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손실은 컸다.

달러화 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블랙록의 35억달러 규모 '신흥시장 채권펀드'는 이번 달 하락률이 3%로 현지통화 채권펀드와 비교하면 선방했다. 이 펀드는 7월 말 기준으로 터키 채권에 대한 비중이 4.4%였다.

블랙록의 세르지오 트리고 파즈 신흥시장 채권 부문 총괄은 지난 14일 투자자 설명회에서 "터키 문제가 단계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은 60% 정도"라며 "터키 정부가 정책 방향을 완전히 뒤집을 가능성이 20%, 제재가 더욱 강해져 신흥시장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나머지 20%"라고 진단했다.

자산 규모가 274억달러 규모인 미국 헤지펀드 H2O 자산운용도 터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타격이 컸다.

채권과 통화 트레이딩에 특화한 H2O의 알레그로 펀드는 이번 달 손실률이 12.6%에 달했다.

H2O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7월 말 터키 국채와 리라화의 비중을 늘렸다며 "결정적인 정책 대응은 불가피하므로 최근의 변동성은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이번 달 들어서만 20% 넘게 급락했다. 리라화로 표시된 2년물 터키 국채금리도 7월 말의 19.8%에서 이번 주 30.8%까지 뛰었다. 해당 국채금리는 지난 4월 말 13.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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