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터키발 위기가 점증하면서 터키 이외 국가로 위기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터키 은행시스템에 대한 익스포저가 가장 큰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데다 터키처럼 재정 상황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아르헨티나나 인도의 통화가치는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달러화 가치는 급등하고 있고, 터키와 미국의 관계가 악화하자 그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유럽연합(EU)과 터키 사이의 해빙 무드가 조성될 조짐이 보인다.

15일(현지시간) CNBC 방송은 이처럼 터키발 위기가 만들어낸 승자와 패자를 소개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터키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하며 터키 금융부문에 대한 글로벌 익스포저 역시 그 규모가 작다.

국제결제은행(BIS)과 JP모건자산운용에 따르면 스페인 은행이 터키 금융시스템에 대한 익스포저가 가장 크지만, 그 비중은 전체 자산의 4.5%에 불과하다.

제누스 핸더슨 인베스터스의 사트 두흐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숫자만 보면 전혀 우려스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심리"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때문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터키 상황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터키가 포함된 신흥시장이 이번 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아이셰어즈 MSCI 신흥시장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번 주에만 1% 넘게 하락했다. ETF에 편입된 터키자산의 비중은 0.6%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터키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이는 국가에서도 발을 빼고 있다.

주초 인도 루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달러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인도나 아르헨티나가 터키의 뒤를 이을 수 있다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웰스파고는 "터키 위기는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큰 더 취약한 신흥시장 국가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고 말했다.

은행은 "(그러나) 신흥시장은 20년 전보다 전반적으로 재정여건이 훨씬 탄탄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터키 금융시스템에 대한 제한적인 익스포저에도 미국과 유럽, 일본의 은행주들이 모두 큰 폭으로 내렸다.

스페인 BBVA나 이탈리아의 우니 크레디트 등의 주가는 이번 주에 각각 3.3%, 4.6%씩 떨어졌다.

터키기업들이 막대한 외채를 쌓아놓은 상황에서 리라화가 폭락하면서 외채 상환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터키 은행들의 취약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터키의 외채는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외채의 상당부분은 기업들 몫이다.

달러화 등 미국자산은 터키 위기 상황에서 안전피난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탄탄한 성장률 덕분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올해 달러화지수는 4% 넘게 올랐다.

포인트뷰 웰스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디에츠 설립자는 달러화 강세는 터키와 신흥시장이 처한 어려움을 더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 상승은 두 가지 역할을 한다. 하나는 신흥시장 국가의 달러화 표시 채권의 상환을 어렵게 하고, 여기에다 투자자들이 미국 금리 인상의 혜택을 보려고 달려들게 한다. 이 때문에 달러화는 오르고 달러채 상환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터키와 미국이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구금과 관세 문제로 충돌하면서 터키와 EU와의 관계 개선의 기회가 생겼다고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이 진단했다.

유라시아그룹은 EU와 터키는 법과 언론자유와 관련해 '해묵은 이슈'가 있지만, EU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대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불안하고 변덕스러운 기조'를 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기가 없는 것을 고려하면 EU 정상들이 그의 접근에 한마음으로 집결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EU 고위 관료들은 EU와 터키가 미국에 대해 관세와 위협 등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터키 재무장관 베라트 알바이라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독일 페테르 알트마이어 경제장관이 터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비판 것을 두고 '감사하다'는 매우 긍정적인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이는 터키와 EU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회복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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