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잠잠하던 집값이 다시 꿈틀대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동성이 계속 부동산 시장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주택 보유에 대해선 확실히 부담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들어 전날까지 서울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2천574건으로, 서울 내 투기지역이 추가로 지정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 9일(1천305건) 이후 1천200건 이상 늘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중개업소 단속에 나서면서 용산, 강남 등 투기지역 업소가 문을 닫은 가운데 투기지역 지정 후보지인 동작구·동대문구·서대문구·종로구 등지는 여전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책 가능성이 오히려 가격을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오르기를 거듭하는 집값은 저금리에 갈 곳을 찾지 못한 유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충분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합친 통화량(M2) 증가율은 6월에 2천622조2천683억원(원계열 기준·평잔)으로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단기부동자금 추이, 출처:KB국민은행>

서울 일부 지역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주담대 건수가 가구당 1건으로 강화되지만 대출이 불필요한 '현금부자'들에게 얼마나 소용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고급주택인 '나인원 한남'은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해 90% 이상 임대 계약을 마쳤다. 임대 보증금이 33억∼48억원(월 임대료 70만∼250만원)에 달하지만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하려는 고급주택 수요층이 움직인 결과다.

신한은행 신한PWM도곡센터 이남수 PB팀장은 "나인원 한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급 수요가 있는데 잡아놓으면 다른 곳이 더 오를 것이다. 고가, 저가 주택 수요가 순환돼야 하는데 고가 주택 거래를 막다 보면 순환이 안 돼 저가주택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를 억제하는 방향으로만 정책을 펴선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도 "집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급 부족에 따라 매물이 없기 때문이다. 주택보유자들이 양도세 중과에 매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임대사업자는 8년간 장기보유해야 해 발이 묶인다"며 "일시적으로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거래세를 감면하거나 투기거래를 막기 위해 분양권 거래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국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정책이 일부 지역의 집값 변동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WM컨설팅부 부동산 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이 정책입안자에게 불리한 상황인 건 맞다. 매물이 없어 호가가 오르는 모양새인데, 퇴로를 여는 방법도 신중할 필요는 있다"며 "강남 규제를 푼다고 집값이 잡히느냐에 대한 명확한 인과관계도 없기 때문에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부동산 조세개편이라는 목표를 갖고 보유세 강화 등 전체 시스템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유세율과 거래세율이 모두 높은 상황 등이 발생할 때 약간의 정책 조정을 할 수는 있지만 서울 집값이 불안하다고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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