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잘 나가던 경제관료에서 대형 금융지주사 회장을 역임한 뒤 금융당국 수장까지 올라 숨 가쁘게 살아온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8일 떠났다.

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이임식을 하고 일반인으로 돌아갔다.

임 위원장은 이임식에서도 시장과 함께 호흡하고 살피는 정책을 펼칠 것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의 정책대상은 시장이다"며 "시장은 보이지 않는 실체이지만 다수의 지혜를 담고 있고 냉정한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시장과 소통하려 애를 써야 하고, 결코 시장의 역동성이 약해지지 않도록 규제를 가다듬어야 하며 때로는 참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면서 "경쟁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이며, 우리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소명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이라는 커다란 배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와 같은 역할을 해주길 부탁한다"고 주문했다.

정책을 펼치는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시장을 향한 모든 정책은 책임이 따른다. 책임은 마치 정책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어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지지도 않는다"면서 "책임을 감당하는 데 주저하거나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2015년 3월 취임 당시 금융개혁을 강조하며 언급했던 아프리카 들소 '누우'의 이야기를 다시 꺼낸 뒤 "누우처럼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을 믿는다"면서 금융위 후배들을 격려했다.

그는 "금융개혁이라는 어렵고 험한 여정을 힘들고 지치더라도 함께 하자고 부탁했다"면서 "긴 여정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최선을 다해 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또 "우리 금융을 새로운 초원으로 인도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고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어려움을 온전히 남기고 떠나게 돼 미안하다"고도 했다.

임 위원장은 과거 취임사에서 "아프리카 들소인 누우는 건기가 되면 새로운 초원을 찾아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수백 킬로미터 이상을 대이동 한다"면서 "길목에서 사자와 악어에게 많은 희생을 치르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기에 떠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로 힘들고 지칠 때가 있고 온 힘을 다했을지라도 혹독한 비판을 받을 때도 있을 것"이라며 "금융개혁은 국민이 주신 소명이기에 아프리카의 들소처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위원장에 오르는 최종구 후보자에 대한 덕담도 꺼냈다.

그는 "최종구 위원장님은 뛰어난 리더십으로 금융위를 누구보다 잘 이끌어 주실 것이다"며 "탁월한 경륜과 소신으로 여러분의 헌신을 빛나게 해 주시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때로는 높은 산을 넘어야 했고 때로는 깊은 계곡을 건너야 했다. 상처를 받아 무척 힘든 적도 있었다"면서도 "그러한 많은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과 같은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며 금융위 후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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