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지주는 2조 원대 ING생명을 품기 위한 충분한 자금 여력을 갖췄다.

다만 그간 '오버페이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온 만큼 시장에서 제기될 수 있는 인수 가격의 적절성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보유한 자금 출자 여력은 2조7천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신한금융은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사실상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을 마련해왔다.

올해 국내 금융지주사 중 처음으로 국제 신용등급을 획득하며 외화 신종자본증권 5억 달러(약 5천600억 원)를 발행한 게 주효했다.

당초 3억5천만 달러 수준을 고려했던 신한금융은 예상을 넘어선 시장 수요에 힘입어 5억 달러를 조달했다.

여기에 3천억 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까지 추진하며 이달에만 9천억 원에 달하는 여유 자금을 확보했다. 당초 예상보다 3~4천억 원 수준의 추가 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2%대. 이를 기준으로 한 당시 출자 여력은 1조3천억 원 정도였다.

늘어난 신종자본증권(Tier 1) 덕분에 자금 출자 여력을 보여주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이달 말께 118% 근처까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4%포인트(P)가량 개선되면 출자 여력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달 마련될 9천억 원의 여유 자금까지 고려하면 2조7천억 원 가까운 자금을 무리 없이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2조3천억 원 수준의 ING생명 인수가를 지불하기엔 재무구조상 무리가 없다.

하지만 국내 M&A 기준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내세워 온 신한금융에 ING생명 인수가 2조3천억 원은 이를 넘어서는 가격이다.

지난해 ING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약 3천400억 원.

신한금융이 인수할 지분 59.15%를 적용하면 지분법상 갖게 될 순익은 2천억 원 정도다.

ROE 10%를 맞추기 위해선 2조 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의 자금 투입을 고려해야 하지만 인수 가격은 이보다 약 10% 정도 비싼 셈이다.

물론 올해 초부터 시작된 협상 과정에서 MBK파트너스 측이 제시한 가격이 3조 원에 달했음을 생각하면 인수 가격은 신한금융에 유리하게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협상이 진행 중이던 올해 2월경 6만 원에 달했던 ING생명 주가가 현재 3만 원대 중반까지 하락하며 시총 3조 원을 간신히 넘나들고 있음을 고려하면 다소 아쉽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양측은 단순히 현재 주가 개념으로 인수가에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인식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병 회장 역시 ING생명의 주가와 관련해 "회사의 가치란 게 있고, 주가는 내리면 또 올라가기 마련"이라며 최근 급락에 대한 폄하를 경계했다.

신한금융의 인수설이 제기될 때마다 ING생명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인수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선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신한금융 품에 안기는 ING생명에 대한 전망을 시장이 단기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일 수 있어서다.

결국, 그간 신한금융이 수차례 강조하며 시장을 안심시켰던 '오버페이는 없다'는 약속이 지켜졌는지는 비은행 강화를 내세운 신한금융이 앞으로 얼마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M&A에서 파는 가격에는 비싸다, 싸다를 평가할 수 있지만 사는 가격에 대해선 당장 평가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신한금융이 향후 시간을 두고 신한생명과 ING생명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그룹 이익 기여도가 얼마나 커질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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