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지주는 안팎의 위기가 있을 때마 이를 굵직한 인수·합병(M&A)의 기회로 삼았다.

국내 금융회사 M&A 중 역대 최대 인수가를 기록한 LG카드를 비롯해 조흥은행 인수 같은 조 단위대 '빅딜'은 각각 IMF와 카드대란처럼 쇼크에 가까운 위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ING생명 인수는 밖으로부터의 위기보단 안에서 느낀 위기가 만들어 낸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주당 인수 가격은 경영 프리미엄을 포함한 4만7천 원 수준으로 총 인수가는 2조3천억 원 정도다.

LG카드가 6조6천765억 원, 조흥은행이 3조3천억 원의 인수가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신한금융 내부적으로는 세 번째 빅딜이다.

현재의 신한금융은 2002년 12월 조흥은행 인수전에 참여하며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MF 경제위기로 국내 은행산업 빅뱅이 시작되면서 동화은행을 안은 신한금융은 2001년 정부가 주도한 은행 대형화 바람을 타고 한미은행과의 합병을 고민했다.

하지만 가격을 두고 견해차가 커지면서 조흥은행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조흥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는 80.04%의 지분을 2003년 6월 주당 6천200원에 신한금융에 넘겼다. 경기 둔화와 SK글로벌의 여신 부실, 사스 사태까지 겹치며 신속히 투자금을 회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신한은행은 조흥은행과 합병하며 자산규모 149억 원을 기록, 국민은행(219조 원)에 이어 국내 2위 은행으로 도약했다.

2003년 말 시작된 이른바 카드대란은 신한금융에 또 다른 기회를 만들었다.

전업 카드 1위 사로 LG그룹의 자랑이었던 LG카드는 무리하게 늘린 자산 탓에 연체가 불어나며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오랜 협상 끝에 신한금융은 하나금융과 농협을 제치고 주당 6만8천410원에 LG카드 지분 78.6%(기존 보유지분 제외)를 획득했다.

LG카드를 품은 신한금융은 2007년 자산 2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신한카드와의 합병으로 전업사를 제치고 카드업계 1위를 차지했다.

두 번의 빅딜 이후엔 M&A 시장에서 주춤했다.

2003년 조흥은행 인수자금으로 2조5천500억 원의 상환우선주를, 2006년 11월부터는 LG카드 인수로 2조9천300억 원의 회사채와 3조7천500억 원의 상환우선주를 발행하며 재무적으로 부담이 커진 것도 배경이 됐다.

하지만 오랜 시간 리딩 금융 자리를 지켜오며 과거에 안주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결국, 신한금융은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을 사들인 KB금융지주에 리딩 금융 왕좌를 넘겨줬다.

지난해에는 주가가 역전되며 금융 대장주 자리를 내줬다. 자본시장에서의 기업 가치를 보여주는 시가총액마저 뒤지자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ING생명 인수는 이러한 내부 위기의식을 떨쳐내기 위해 반드시 샀어야 했던 매물이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M&A나 지분투자를 앞세운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을 강조했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M&A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1월 계열사를 통해 일부 지분을 인수한 푸르덴셜 PIC 금융그룹의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인 푸르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 리미티드(PVFC)와 인도네시아의 아키펠라고자산운용 등이 그 예다.

이번 ING생명 인수는 3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조 회장이 리딩금융 왕좌를 되찾기 위해 꺼내 든 승부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우선주 상환을 마무리한 신한금융 입장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가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적기였을 것"이라며 "ING생명 인수는 자산, 주가, 시총, 순이익 모든 면을 끌어 올려줄 기회"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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