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앞세워 우리 정부에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폐쇄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 데 이어, 경남은행이 북한산 석탄과 선철의 국내 밀반입 과정에서 수입업체에 신용장을 발급해준 데 따라 세컨더리 제재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멜라트은행의 경우 미국이 금지한 달러나 유로 거래를 하고 있지 않아 제재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남은행은 관세청이 은행들이 불법행위를 인지한 정황이 없다고 밝힌 데다 '신용장 추상성의 원칙'에 따라 신용장 발급시 서류상 문제점이 없다면 제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7일 마산항으로 북한산 선철을 들여온 수입업체 태흥금속에 신용장을 개설해준 은행이 경남은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선박 '싱광5'를 통해 약 71만3천550달러 규모(2천10톤)의 선철을 마산항으로 들여와 경남은행을 통해 신용장 방식으로 수출자인 홍콩 페이퍼컴퍼니에 수입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북한산 선철 수입업체에 대한 신용장 발급으로 경남은행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 국가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과 관련해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 정부를 제재하는 것을 뜻한다.

은행이 제재 대상이 될 경우 수출입 업무와 외국환 업무 등 주요 해외 업무가 즉각 중단된다.

2005년 북한의 위조달러 지폐를 유통하고 마약과 같은 불법 국제거래 대금을 세탁해 준 혐의로 제재를 받은 마카오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BDA)는 결국 파산했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산 선철 반입 과정에서 은행이 신용장을 발급하며 피의자들의 불법행위를 인지했다는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은행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금융감독원도 은행이 수입업체에 신용장을 발급할 때 오고 간 서류에 문제점이 없어서 경남은행에 대한 제재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은행이 신용장을 발급할 때는 실제 물품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서류의 정상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

이른바 신용장 추상성의 원칙이다.

경남은행도 신용장 발급 과정에서 요구한 서류에 선철의 원산지가 러시아산으로 표기돼 있었고, 징구 서류가 모두 완비됐던 데 따라 책임 소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서류만 보고 신용장을 발급해주기 때문에 선철의 원산지가 북한산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며 "서류를 완비했다면 은행에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도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제재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지난 6월 크리스 포드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차관보를 수석 대표로 하는 미국 정부 대표단은 한국을 방문해 주요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이란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대표단이 멜라트은행과 같이 특정 금융사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금융당국은 멜라트은행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영업 규모가 매우 축소된 데 따라 정부가 이 은행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2016년 영업을 재개한 후에도 영업을 크게 하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이 허락한 형태의 거래만 해 왔다"며 "유로화나 달러는 아예 거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