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부총리가 광화문 광장에서 춤을 추기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어렵게 됐다.

고용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삼성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신규 취업자 수가 20만명을 넘어서면 광화문에서 춤을 추겠다"고 약속했다.

신규 월별 취업자 수는 1월 33만4천명에서 2월 10만4천명으로 급락한 뒤 5개월째 10만명 내외에 그치고 있다. 5월에는 신규 취업자 수가 7만2천명으로 줄어 2010년 1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7월 고용은 최악 정도도 아닌 재난에 가깝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증가는 5천명에 그쳤다.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김동연 부총리는 7월 고용동향이 발표되기 하루 앞선 지난 16일 국가재정포럼 기조연설에서 계속되는 고용부진에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고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이다.

고용부진에 따라 김 부총리가 공언한 광화문 춤사위는 구경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한은의 금리 인상은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 같다.

오락가락 통화정책이라는 비판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위해 계속 군불을 지피던 한은 금통위도 7월 고용부진에 머쓱하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관리하는 품목을 빼면 국내 물가가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취지의 뜬금없는 보고서나 수출 경기를 지탱하던 반도체나 자동차의 수출 둔화 시그널이 눈에 띌 정도인데 중앙은행 혼자만 앞으로 수출이 잘 될 것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리포트까지,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려는 최근 한은의 스탠스를 고려하면 고용 불안이 계속될지언정 그건 남의 얘기로 치부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고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31일 금통위의 불확실성을 걱정한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금리 인상에 우호적이지 않은 데 한은이 자기모순의 함정에 빠져 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도 있어서다.

한은이 최근 금리 인상을 위해 내세우는 논거는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니 예상하기는 어렵겠지만, 고용 불안에도 한은이 금리 인상 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려면 이번에는 미국과의 금리 차를 이유로 들지 모르겠다.

그동안에는 한·미 금리역전에도 외국인 채권 매입 자금 유입 통계치를 들이대며 자본유출 우려는 크지 않다고 했지만, 이제 금리를 올릴 이유가 더는 궁색하고 빈약해진 데다 이미 오락가락 통화정책이라고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과거 발언을 뒤집는 거야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부진이 장기화할수록 그 직격탄은 서민들에게 오롯이 전달된다. 고용을 원하는 사람 대부분은 서민과 일부 중산층이지 자본가는 아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 혜택은 캐피탈 게인(자본 이득) 증가로 자본가에게 돌아간다. 서민에게는 고용부진이란 재난을 맞닥뜨리는 것도 버거운 데 빚의 고통은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현재나 과거에나 늘 한은 총재들이 하던 말이니 한은도 이를 부정하긴 힘들 것이다.

미국은 경기 호황을 맞으며 올해만 두 번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는 강세일 것이고, 강세 통화로 자본은 흘러들어 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신흥국들이 미국 금리 인상을 경계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한은은 처음부터 솔직히 한미 금리 차에 따른 자본 이탈 등을 우려한다고 금융시장에 시그널을 보내며 금리 인상을 준비했어야 했다. 현실을 외면한 자가당착(自家撞着)식 통화정책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정책금융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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